탑_미얀마 순례/ 이영식 탑 -미얀마 순례 이영식 내 안에서 찾으려는 게 무엇입니까 불토의 상징처럼 서 있는 내 몸속은 흙벽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노역의 땀방울 배어 있는 세상의 흙이며 돌덩이일 뿐입니다 독경으로 감싸고 황금으로 덧칠한다고 도피안(到彼岸)의 다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두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0.03
그리고/ 최 준 그리고 최 준 빛이 사라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네 눈 속에서 눈이 사라질 때 너는 무얼 보고 있었나 작년처럼 의자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봄 그의 얼굴에 겨울의 흰 눈썹이 붙어 있었던가 눈이 사라지자 길이 열렸다 너는 봄과 마주 앉자마자 눈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눈..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30
최형심 단평/ 김태정 : 김사인 『시와미학』2015-가을호「다시 여는 페이지- 최형심 단평」 김태정 김사인 1. 올 밑의 봄동이나 겨울 갓들에게도 이제 그만 자라라고 전해주세요 기둥이며 서까래들도 그렇게 너무 뻣뻣하게 서 있지 않아도 돼요 좀 구부정하세요 쪽마루도 그래요 잠시 내려놓고 쉬세요 천장의 쥐들도 대..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21
이성혁의 시 읽기/ 실종 : 한용국 『시와미학』2015-가을호/ 이성혁의 시 읽기_ 삭망전에서 피워 올리는 가시의 얼굴(발췌) 실종 한용국 누워 있는 남자의 입으로 공기가 말려들어 간다 느릿느릿 기다려왔다는 듯이 열린 식도를 통과해 간다 곧 저 공기는 남자의 꼬리뼈에서 마지막 흔 적을 밀어내리라 남겨질 한 줌의 질척..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21
백색_모서리를 읽다/ 임봄 백색 -모서리를 읽다 임봄 둥근 앉은뱅이 밥상이 사라진 후부터 방안엔 점점 모서리가 생겨 났다 네모난 식탁 모서리들을 쓰다듬는 달빛만 갈수록 둥글어졌다 밤이 깊어지면 누군가가 딱딱 이를 부딪히며 울었다 울음은 어둠의 모서리에 부딪혀 되돌아올 때 더 또렷이 존재를 드러냈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21
도로, 빙하기/ 김영 도로, 빙하기 김영 쑥, 마늘을 먹던 곰은 동굴을 벗어났다. 날카롭던 발톱은 흔적만 남 고 온몸을 덮었던 터럭도 두어 곳으로 정돈되었다. 목소리를 또박또박 분절하는 법도 터득했다. 두 발로 직립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배웠다. 눅눅한 동굴이 아닌 높고 건조한 빌딩에서 그들은 살았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19
능주스님/ 허윤정 능주스님 허윤정 정상에 오르니 거기 또 산이 있네 홍천군 화천면 풍천리 가리산 관음선원 부처님도 외로우신가! 문밖에 귀를 대고 능주 스님 눈빛이 꼭 닮은 누렁이 한 마리 사람이 그리워 달려 나와 반긴다. 하늘은 사정없이 눈발을 흩날리고 마가목주로 담근 술과 꿀차로 산비탈 손잡..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19
여이(驪耳)/ 강영은 여이(驪耳) 강영은 귀는 하늘과 연결된 구멍이다 구멍이 막히면 죽은 귀다 죽은 귀에는 고통의 감각이 남아 있다 억울한 귀는 사람이 되는 성질을 갖는다 상대의 귀를 종처럼 부려서 자기 신변을 시중들게 한다 귀는 유혹하고 길을 막고 겁을 준다 주먹이나 무기를 써서 사람을 해 치지는..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19
신진숙_ 신작 소시집 해설/ 직유 : 이영광 『불교문예』2015-가을호/ 신작 소시집 해설_ 신진숙 : 서정의 농업(발췌) 직유 이영광 어떤 일 년은 사랑을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도 사랑을 목마르게 찾아 헤매고 하루살이가 노랗게 탔다. 어떤 삼 년은 막 쏟아 부은 아스팔트처럼 구두에 들러붙어, 디딜 곳도 갈 곳도 몰랐는데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19
문혜원_ 공동체로 소환되는 시인들(발췌)/ 손미: 앙파 공동체 『시인동네』2015-가을호「징후와 전망/ 당대의 언어, 당대의 서정」/ 문혜원: 공동체로 소환되는 시인들(발췌) 양파 공동체 손미 그러니 이제 열쇠를 다오. 조금만 견디면 그곳에 도착한다. 마중 나 오는 싹을 얇게 저며 얼굴에 쌓고, 그 아래 열쇠를 숨겨 두길 바란다. 부화하는 열쇠에게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