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변이/ 강서완 저녁의 변이 강서완 쓰나미의 위력은 속도와 거리의 전복 독사가 치솟는 순간 하늘에 독이 퍼졌다 주홍빛 파도가 하늘을 휘돈다 잎아, 밤새 등뼈를 키우는 이파리들아, 고난의 텍스트를 풀던 바람아 무엇이 심장을 덮쳤는가 해변에 널린 햇빛이 기억을 발굴하고 있다 흰 새가 날지 않는..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5
난청/ 고경자 난청 고경자 소리들이 방향을 잃고 사라진다. 어떤 소리들은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기도 한다. 소리굽쇠 끝에서 내가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툭 튀어나와 소리와 눈의 관계가 아무 것도 아님을 밝힌다. 그래도 눈은 소리를 떠나지 못한다. 떠나갔다 돌아온 바람은 소리를 배신할 것이다. 어..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4
줄/ 문정영 줄 문정영 나를 건너려고 너를 잡는 순간 하나는 여기 있고 또 하나는 멀리 있다 하나는 건너가고 하나는 건너온다 쓸쓸한 것 오래되어 멀리 있는 너를 한 손으로 잡으면 두려움이 출 렁인다 그때 내가 잡고 있는 네가 생명인 줄 알았는데 그 길 건넌 후 나는 너를 돌아볼 수 없었다 누군..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4
안지영_ 지난 계절의 좋은 시/ 그늘족 : 홍일표 『시로여는세상』2015-가을호 <지난 계절의 좋은 시/ 안지영 : 사라져가는 꿈의 세계> 에서 발췌 그늘족 홍일표 저들이 모르는 나라에는 오늘도 혼자 사는 아침이 있고 혼자라는 계] 단이 있다 공중에서 떼어낸 새들이 푸드덕거린다 몇몇 나비들이 그를 조상하 고 어디엔가 다른 하늘..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4
국지성 편서풍/ 정다인 국지성 편서풍 정다인 바람이 부는 날은 음악에도 재가 날렸다 너는 바람의 반대 방향에서 태어났다 너의 몸에서 빠져나온 박자는 종일 너를 흔들었다 역풍은 너의 머리칼과 옷자락 과 부드러운 털 속으로 파고들었다 언젠가 그것들을 잃게 되겠지만 너의 몸은 커다란 징처럼 울었다 경..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4
발견의 기술/ 김창희 발견의 기술 김창희 지도에는 없는 골목 골목은 사소한 위치에서 나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걷다보면 불쑥 나타나는 막다른 골목들이 생겨났다 출구가 없는 골목은 금세 수수께끼 거리가 되었다 날마다 늘어나는 나 아닌 나와 나인 나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골목에 갇혀서 울었다 그대..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4
방민호_ 월평/ 성자가 된 법학자-성헌(誠軒) 황적인 : 이인평 『유심』2015-9월호 <월평-詩/ 방민호 : 시의 미적 완성에 관하여> 에서 발췌 성자가 된 법학자-성헌(誠軒) 황적인 이인평 그의 말년 모습은 합죽이가 된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을 알수록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는 소천할 때까지 신앙을 목숨처럼 간직하여 자기 앞의 생애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1
백야일지/ 김명서 백야일지 김명서 하루 종일 잘못 걸려온 전화조차 없다 배출구를 찾아서 본드를 마시거나 야동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싸구려 쾌락이 시간을 채운다 금세 쾌락은 휘발되고 침묵이 공상을 향해 치닫는다 평소에 공상을 은닉하는 랭보와 릴케와 니체를 헌 책방에 팔아넘기고 수상학을 샀..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1
적멸/ 오인태 적멸 오인태 말로 절을 지어 시(詩)가 되고 시가 고요해지고 고요해져서 마침내 말이 사라지면 절(寺)이 되는 범 쉿, 스님은 묵언수행 중이시고 댕, 바람방울 소리는 우주를 흔들고 *『유심』2015-9월호 <유심시단>에서 * 오인태/ 1991년『녹두꽃』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9.01
아카시아/ 최서림 아카시아 최서림 시인은 아카시아나무다. 지킬 것이라곤 오로지 자존심 하나뿐인데 늘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땔감으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카시아가 나무로 인정받는 것은 순전히 우윳빛 살결을 지닌 꽃 때문이리라. 항아리 미인을 닮은 저 꽃 타래 때문이리라. 나무에는 어울리지 않..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