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소녀/ 원구식 『시와표현』2015-11월호/ 다시 읽고 싶은 시_ 이은봉 시인의 추천 문방구 소녀 원구식 요술쟁이 소녀야. 시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문방구에서 네가 울고 있구나. 나는 과거를 사러 왔단다. 너는 왜, 울고 있는 것이니? 돈에 눈이 먼 문방구 주인이 알량한 네 알바비를 갈취했기 때문이니?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12
잠잠/ 길상호 『시와표현』2015-11월호/ 중견 시인 초대석_ 신작시 잠잠 길상호 낮과 밤이 등을 맞대고 앉아 서로를 외면하던 날들은 지났다 계절이 가고 또 지나고 보니 다짐은 그리 단단한 것이 아니었다 모래를 덮어쓰고 해당화 시들기도 전에 가슴에 달아둔 나비는 날아가 버렸다 세월을 사정없이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12
주판 놓는 은사시나무/ 김영 주판 놓는 은사시나무 김영 은사시나무 몸속에는 주판알이 새겨 있다 꽉꽉 아물린 피톨 아버지의 젊은 날도 거기 새겨져 있다 찌그러진 냄비로 송어를 연주하는 소낙비가 주판 한 알 올린다 하늘에 가 닿지 못하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그 다음 한 알 봄을 건넌 사랑아, 부디 잘 가라 은사..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03
풀 되리라/ 이생진 풀 되리라 이생진(1929~) 풀 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 되어도 나 다시 구천에 빌어 풀 되리라 흙 가까이 살다 죽음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물 가까이 살다 물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아버지 날 공부시켜 편한 사람 되어도 나 다시 공부해서 풀 되리라 ---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03
맘몬*과 달과 비/ 이재훈 맘몬*과 달과 비 이재훈 신성한 언어들이 타락하기에 한 달이면 족하지. 떠날 채비는 한 시간 이면 족하지. 저속하고 미천한 기차를 탔지.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깡통 맥주를 홀짝거리며 옆자리 아가씨를 흘깃거리는 감성의 오후. 인간들의 감격은 얼마나 단순할까. 차창 밖으로 펼쳐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03
뜨거운 곡선/ 박성준 <제16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작> 뜨거운 곡선 박성준 기념하고 싶은 날을 만듭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꿈이 꿈을 꿉니다 나는 내 숨소리에서 네가 가장 두렵습니다 남자가 안개처럼 눈을 감으면 만나지 못한 방들은 햇빛이 됩니다 이때 여자는 눈을 감고 겨우, 냄새에 대해 생각하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03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는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0.30
크레바스(crevasse)/ 박수중 크레바스(crevasse) 박수중 수만 년 쌓인 빙하의 틈이 눈(雪)에 반사하는 빛의 무게만큼 조금씩 부서졌다 레이니에 산* 정상 부근의 능선에서 처음 눈길의 균열에 부닥쳤을 때 내심 저 정도는 건너뛰어야지 하면서도 결국 2미터의 긴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뛰어오르면 그대로 공중에서 정지..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0.30
푼크툼, 푼크툼/ 정숙자 푼크툼, 푼크툼 정숙자 끼익— 렌즈에 잡힌 빨간 운동화 갑작스런 스크래치에 지느러미가 긁혔다 더 이상 운동화이기를 거부하고 꽉 끼는 발목 벗어버리고 금붕어로 깨어난다 배경도 몽땅 스크래치 스쳤지, 만 샐비어 두 마리만이 살아 숨 쉰다 소녀야… 소녀야… 경쾌 발랄 순식간에..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0.23
이슬 프로젝트-10/ 정숙자 이슬 프로젝트 - 10 정숙자 거울신경세포// 꿈은 천천히 이룰수록 팝하. 꿈은 어렵게 이룰수록 팝하. 꿈은 드디어 이룰수록 팝하. 꿈은 마침내 이룰수록 팝하. 꿈은 이 루지 못할수록 팝하. 꿈은 끝까지 이루지 못할수록 팝하. 꿈을 향해 걸어가다가 ∣ 꿈을 향해 뛰어가다가 ∣ 꿈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