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탑_미얀마 순례/ 이영식

검지 정숙자 2015. 10. 3. 22:17

 

 

    

     -미얀마 순례

 

     이영식

 

 

  내 안에서 찾으려는 게 무엇입니까

 

  불토의 상징처럼 서 있는

  내 몸속은 흙벽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노역의 땀방울 배어 있는 세상의 흙이며

  돌덩이일 뿐입니다

 

  독경으로 감싸고 황금으로 덧칠한다고

  도피안(到彼岸)의 다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두 손 모으고 허리 굽히고

  깨진 무릎을 내려놓으려 하십니까

 

  건너보니 그 자리…

 

  내 귀에 흘러들어오는 당신의 나직한 읊조림과

  마음자리가 너무 지극해서

 

  나는 돌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오늘도 탑의 나라 기표로 서 있습니다

 

 

  *『시와정신』2015-가을호 <신작시>에서

  * 이영식/ 경기 이천 출생.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