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강물소리/ 정영숙 『문학과창작』2015-겨울호 <2015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작> 채석강, 강물소리 정영숙 철끈으로 단단히 묶어 놓은 절벽처럼 쌓여 있는 뼈의 책들 그 책장 속 얘기들을 고스란히 안고 흐르는 강물 내 뼈이면서 너의 뼈였던 철끈보다 더 강한 심(心)줄로 서로를 받쳐 주던 시간의 연..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30
김성조_시집 골라 읽기/ 나무가 새를 놓을 때 : 심언주 『미네르바』2015-겨울호 <시집 골라 읽기> 김성조_불화(不和)의 세계와 자기 정화의 시적 변용(발췌) 나무가 새를 놓을 때 심언주 날개와 날개 사이에 새가 끼어 있다 새는 날개와 날개 사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날개는 새에게 너무 큰 매듭이다 날개는 새를 마음대로 여닫는다 날아..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9
꽃별/ 이창수 꽃별 이창수 아버지가 뱀에 물렸다 가을 뱀독에 취한 아버지는 태연한 얼굴로 병원비 걱정만 하고 있었다 나도 뱀에게 물린 적이 있었다 뒷골 밭둑이 아니라 시내 백화점에서였다 자청해서 팔뚝까지 내밀었다 병원비보다 많은 지출을 기꺼이 감수했다 겨울이 문턱에 이르기 전에 뱀이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9
빛의 뿌리/ 이채민 빛의 뿌리 이채민 봄부터 식탁에는 꽃보다 모래알이 수북했다 현관에는 독버섯을 밟고 온 신발짝이 훌쩍거렸다 잠든 사이 꿈에서 걸어 나온 사자(死者)가 선명치 않은 발자국을 자주 남겼다 엄마의 부음을 들고 온 여름은 찐득하고 어두웠으므로 자주 바람을 불러들였다 꽃을 이고 태어..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6
낙엽 이불/ 정일남 낙엽 이불 정일남 잎이 지니 그는 떠난다고 일러준다 그가 떠나면 이 빈터에 나만 주저앉아 열매 하나를 기다리게 된다 능금 하나 들고 찾아올 사람 있을 리 없지 꽃잎만 무더기로 쌓일 뿐 꽃 아닌 것도 떨어져 합세할 때 발등이 따뜻해야 잣나무 머리까지 따뜻해 솔새는 국경을 건 널 것..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6
개와 늑대/ 강영환 개와 늑대 강영환 개 한 마리를 우리에 가두고 밥을 먹여 키웠다 밥이 조금만 늦어도 송곳니를 보이며 사나워졌다 보름달이 뜨지 않아도 개는 곧잘 늑대가 되었다 친할 수 없는 거리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눈을 피했지만 느슨해진 문고리가 풀린 줄도 모르고 밥을 주려고 다가갔을 때 늑..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3
법관 아재/ 이규원 법관 아재 이규원 벌초하러 간 날이 하필 비 온 뒤 갠 날이었다. 긴소매 옷에 장화까지 신고 조심해서 벌초를 했지만 몸을 말리러 나온 뱀을 피할 순 없었다. 발등을 지 나간 놈, 낫날에 걸려 던져진 놈, 풀 벤 자리에서 어정대던 놈 모두 도망가고 내 손등을 물 뻔했던 독사 한 마리 묘 꼭..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3
수문(水文)/ 김희숙 수문(水文) 김희숙 한여름, 수문들이 물 팽팽하게 가두고 있는 저수지를 열면 순간의 속 도로 쏟아져 나가는 물은 구불거리는 한 마리 거대한 뱀처럼 보였다 몸 을 뒤틀며 수로를 따라 흘러가던 뱀. 그 뱀의 속도로 벼들은 파랗게 자라 고 물뱀으로 변한 줄기들이 논두렁을 넘어갔다 물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1
시인의 물건/ 문창갑 시인의 물건 문창갑 내 몸 서랍에 열두 번의 이사에도 버리지 않고 모시고 온 물건 두 개 있다 먼 곳 볼 때 꼭 필요한 망원경 하나 자세히 보아야 할 때 꼭 필요한 현미경 하나 저것들이 없었다면 그곳에서 울고 있는 생명들 그 상처들 영영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시산맥』2015-겨울호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0
강원랜드 버스 터미널에서/ 황동규 강원랜드 버스 터미널에서 황동규 개장 날 강원랜드 입장 그날까지의 세속 일, 후 불듯 날려버리고 십 년 넘게 하루하루를 구름 속에 노닐듯 산다는 한판 잡은 자가 건네주는 개평도 즉석에서 걸어 날린다는 신선 다된 꾼도 몇 있다지만, 몰고 온 차 저당 잡힌 돈마저 털리고 셔틀버스에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