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밭을 걸으며 이진서 나는 언제나 연소된 마음들을 상상한다 눈이 가득 내리는 겨울, 창문에 신문지를 붙일 때 팔팔 끓는 찻주전자를 옮기다가 손을 데었을 때 너와 눈을 밟으며 한 이야기는 미드나이트 클래식 겨울이 끝나갈 때쯤이면 내 마음 속에 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는 게 제일 어렵다 잊혀진 감정들을 재조립할 때는 꼭 네 몫의 마음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니까 마음 속 눈을 퍼낼 때에는 언제나 과분한 사랑을 상상할 것 어디를 가더라도 언제나 네 곁이다 지겹고도 익숙한 마음들 차가운 공기를 얼굴로 맞으면 신발 위로 눈 결정들이 쌓인다 사각사각하고 간질간질한 사랑의 현현 -전문(p. 176-177) ---------------- * 『시마詩魔』 2023-여름(16)호 에서 *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