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뜰 수 있다면 박은지 활활 타오르는 불을 구경했다 저게 우리의 미래야 나는 거대한 캠프파이어 같다고 생각했지만 너의 눈동자를 오래 들여다보니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뜨겁고 빛나는 우리가 머물던 의자도 불타고 있을걸 의자 아래에선 잡초가 적당한 높이로 자라고 우리가 흘릴 아이스크림을 기대하며 발등을 오르던 개미 의자 옆에는 결말을 쌓아 만든 돌무더기가 있었다 돌무더기를 뒤덮은 나무 그림자도 뜨겁게 빛나고 있을까 밤새도록 타는 소리를 들었다 꿈에선 결말의 비밀이 불탔고 모든 이야기가 다시 끓기 시작했다 들끓는 꿈 새벽은 연기가 점령했다 아침 냄새와 저녁 냄새를 모두 불에 빼앗겼다 계곡을 따라 불이 사라진 자리를 걸었다 검은 하늘 아래 검은 재가 가득했다 모두 비슷한 색을 갖고 있었다 발이 묶인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