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346

배홍배_시에세이『빵 냄새가 나는 음악』/ 개를 위한 엘레지와 베토벤의 이야기들

개를 위한 엘레지와 베토벤의 이야기들 -Beethoven: Song for Voice and Piano, WoO 110 Elegle Auf Den Tod Eines Pudels 배홍배 □ Elegle auf den Tod eines Pudels(죽은 개를 위한 엘레지): 베토벤 이야기에서 첫 번째 미스터리는 그의 생일에 관한 것이다. 그의 생일에 관한 기록을 보면 1770년 12월 27일 본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내용만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베토벤은 피아노와 오르간, 바이올린을 배우고 7살에 콘서트에서 첫 연주를 했다. 12살 때 이미 작곡을 시작했는데 그때 쓴 곡의 이름이 재미있다. 하나는 이고 뒤에 쓴 것은 였다. 그런데 그 행운의 개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 1792년 베토벤은 비인으로 이..

에세이 한 편 2024.02.17

배홍배_시에세이『빵 냄새가 나는 음악』/ 모차르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모차르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모차르트: 미뉴엣 G장조 (네 살 때 쓴 첫 작품) 배홍배 80이 넘은 노 피아니스트가 고목나무 가지처럼 마디가 울퉁불퉁한 손가락으로 4살짜리 어린 아이가 작곡한 곡을 친다.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노 피아니스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천상의 긴장감을 느끼는 듯 이따금 꼬이는 손가락이 건반을 더듬거린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나면 먼저 모차르트와 비교를 한다. 모차르트는 그만큼 천재 중의 천재로 알려졌다. 그가 음악을 작곡하는 스타일은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가 그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와 입과 손을 통해 음악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35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600여 곡을 남긴 그는 누구보다 음악적으로 장수한 셈이었고 그에 따른 이야기도 많다. 200..

에세이 한 편 2024.02.15

엄격하고 고상한 음악에로의 여행/ 배홍배

엄격하고 고상한 음악에로의 여행 - J.S. 바흐: Duetto No. 4 in A minor, BWV 805 배홍배 낡은 타자기에서 시계 소리 들렸다 자판이 가리키는 시간 속에서 소비되는 음악 비용은 손가락 끝에서 올라가고 빙긍빙글 도는 턴테니블과 의자를 가까이 붙이고 바흐의 유작을 듣기 위해 바로크 코트는 윈도우에 걸렸다 흰 머리에 붉은 빵모자를 쓴 교황을 위하여 오래된 나무의자를 딛고 유리성당을 쌓은 늙은 DJ 뛰어내린 창문 안으로 얽힌 팔에게 스스로 묻고 한 번 풀리는 걸음으로 두 갈래로 갈리는 길에 흰 할미꽃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돌부처가 되었다 시곗바늘이 더듬은 그의 둥근 안경이 한 점, 점으로 남을 때 - 시 「오래된 음악실」, 전문 ▣ 이 작품은 다양한 템포의 변화에 대한 해석이 있지만 조..

에세이 한 편 2024.02.15

사랑의 이중주/ 장재화

사랑의 이중주 장재화 2020년 12월의 중국 풍경,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려는 부부들이 관청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현재는 합의이혼이건 소송이혼이건 간에 어렵지 않게 이혼할 수 있지만 21년 1월부터는 법이 바뀌기 때문이란다. 바뀐 법에 의하면 이혼신고 후, 30일 동안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바뀌어 이혼 의사를 철회하면 이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니 법 개정 이전에 이혼하려는 부부들은 안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인들, 참 쉽게 결혼하고 쉽게 이혼한다. 2019년 통계에 의하면, 950만 쌍이 결혼했고 415만 쌍이 이혼했다. 두 쌍 중에 한 쌍 꼴로 파경을 맞았다고 하니 그들은 이혼 연습 삼아 결혼하는 것 같다. 그들도 결혼식장에서 엄숙하게 서약했을 것이다. ..

에세이 한 편 2024.01.27

여름에게 하고 싶은 말(시_이승희)/ 에세이 : 강재남

여름에게 하고 싶은 말 이승희 허리쯤에서 꽃 무더기라도 필 생각인지 새삼 잊었던 기억이 몸이라도 푸는지 녹색의 살들이 늘어질 대로 늘어져서 팽팽해지는 오후 녹색의 말굽들이 총알처럼 날아다니며 횡설수설 나를 잡아당긴다 슬플 겨를도 없이 구석을 살아온 내게 어떤 변명이라도 더 해보라는 듯 여름은 내게 베고 누울 저승을 찾으라 한다 구름 사이로 모르는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다 누구의 유족인가 싶은데 문상 차림치고는 너무 설레는 표정이다 큰 나무 뒤에서 혼자 늙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엇을 먹는 건지 게워내는 건지 나는 못 본 체 지나간다 그렇게 몇 개의 골목을 지나면서 생각한다 어디쯤에서 그늘을 오려내고 그 자리에 숨어 이 계절을 지나가야 하는지 오려낼 자리마다 더 깊은 변명이 부글부글 끓어도 함께 썩어가자..

에세이 한 편 2023.12.09

삼학년(시_박성우) ⦁ 헛나이테(시_양진기)/ 에세이 : 강재남

삼학년 박성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를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전문- ▶♣◀ 행간마다 동화가 빼곡합니다. 글자를 모르던 나이에 그림만으로 충분했던 동화 말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마을 한가운데 우물이 있었습니다. 우물 주변에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었고요. 달빛이 부서지는 밤에는 욱수수 잎이 저들끼리 부대끼는 소리를 냈지요. 초록의 잎들은 초록의 소리로 깊은 밤을 이야기했습니다. 알곡이 익어가는 소리가 별자리를 수놓았지요. 이렇게 동화는 책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삶 가까이에서 함께 했던 겁니다. 그것이 아름답든 서럽든 말입니다. 어떤 시는 시인의 이름만으로 가..

에세이 한 편 2023.12.09

가오슝 식당의 친절한 여주인/ 최종만

가오슝 식당의 친절한 여주인 최종만 불광산 불타 기념관을 둘러보고 가오슝 '보얼 예술특고'를 보러 가려고 택시를 불렀다. 일행이 5명이라 일반택시가 아닌 6인승 택시를 불러야 했다. 사실은 처음 이곳으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이곳에 가서 차량을 렌트해서 다니자고 했는데 우리나라와는 국교가 단절되어 렌트가 되지 않아 택시로 이동을 해야 했다. 금년(2019년)이 아내의 8순이라 아들 삼 형제와 함께 타이완의 남부 도시 가오슝(타이완 & 대만)을 여행 중이었다. 중화민국 국민당 장개석은 중국을 대표하고 있었으나 공산당과의 다툼이 끊이지 않다가 공산당(모택동)에 밀려(1949년) 결국 타이완으로 옮겨갔다. 중화민국은 우리나라와 건국 때부터 국교를 유지해 왔으나 중국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1992년..

에세이 한 편 2023.12.06

황야(荒野)의 휴머니즘(Humanism)/ 황진섭

황야荒野의 휴머니즘Humanism 황진섭 고구려인의 후예들이 한반도 북쪽 광대한 영역에 세운 나라가 발해다. 발해 옛 터전에 아무르강이 흐르고 있다. 필자가 연해주에서 바라본 아무르 강변 양안은 광대한 황무지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1시간 반, 시베리아 횡단철도 아케안호 편으로, 밤을 새워 달려가는 철도 연변에는 산이 보이지 않는 평원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스리스크까지 고속도로로 달려가는 112㎞, 그 벌판도 황야다. 헤이그 밀사단 수석대표였던 이상설李相卨 의사의 유허비에서 바라보는 벌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땅은 기름져 보이고, 군데군데 물이 고여 늪이 되어있거나 정리되지 않은 하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열차에서나 버스에서 황야의 수풀 속에 작은 마을들이 보였고, 마을 언저리에 듬..

에세이 한 편 2023.12.05

의사 시인의 이중생활/ 김세영

의사 시인의 이중생활 김세영 시인으로 등단한 2003년부터 나의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명함에도 의사 김영철과 시인 김세영 두 개의 이름이 적혀있다. 낮에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저녁에는 문학모임에 갈 때가 많다. 서가의 책도 시인이 되기 전에는 대부분 의학 서적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시인이 된 후에는 시집 등 문학 서적이 대부분 차지하게 되었다. 교우 관계도 동창이나 의사에서 시인으로 편중된 상태이다. 사람들은 의사이면서 시인까지 되었다고, 재주 많음을 부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훌륭한 의사도 되지 못했고, 유명한 시인도 되지 못한 얼치기 낭만주의자나 몽상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인할 때가 많다. 나는 매일 아침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양재천 둑길을 걷는 운동을 한다. 걸어가면서 시상이 떠오르면 ..

에세이 한 편 2023.11.26

매미/ 장재화

매미 장재화 여름을 대표하는 가수는 매미다. 게다가 줄곧 사랑의 세레나데만 부른다. 그뿐이랴, 하루 종일 노래하지만 목도 쉬지 않는다. 여기서 작은 궁금증 하나, 매미는 노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울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는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의 허물은 이라는 시를 남겼지만, 매미는 우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매미소리는 짝을 찾기 위함인데 울며불며 사랑을 구걸할까. 구애求愛는 눈물보다 노래가 더 어울린다. 그뿐이랴, 매미의 텅 빈 허물은 죽음이 아니라 부활을 의미한다.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매미는 깍딱까딱 꽁지를 치켜들면서 노래한다. 그 소리를 들은 암컷 매미가 찾아와서 짝짓기를 하고, 짝짓기를 끝낸 수컷은 땅에 떨어..

에세이 한 편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