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사람들 조재형 한 고장을 아는 법은 거기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늙어 죽어 가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고 하였다. 크고 오래된 바다를 끼고 있는 이 고장은 노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들은 많이 하지만 꼭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더라. 이곳 사람들은 무엇보다 시가詩歌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더라. 혈혈단신으로 살다가 젊으나 젊은 나이에 거문고와 함께 묻힌 일개 기생 매창의 무덤을 500년 넘게 지켜온 그들이더라. 죽어 없어진 천한 신분의 무덤을 단지 시인이 남기고 시詩 때문에 온 고을 사람이 통틀어 지켜왔다는 예를, 나는 일찍이 동서고금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매창의 흔적을 찾아보지 않고서 부안을 다녀갔다고 자랑하는 건 참으로 민망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