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346

김지희_시와문화 에세이『사랑과 자유의 시혼』中 / 파울 첼란

인간 본성의 상실과 존재의 위기 증언하다 -인간의 야만 투시한 오스트리아 시인 파울 첼란 김지희 / 시인 본명이 파울 안첼(Paul Antschel)인 파울 첼란은 1920년에 태어나서 1970년 4월 말 세느강에 투신 자살함으로써 50세에 비애悲哀의 생을 마친 시인이다. 유태인 신분을 감추기 위해 본명 철자를 바꾸어(Ancel을 철자만 바꾸어서 Celan으로 함) 1947년 5월 루마니아의 잡지 《아고라Agora》에 시를 발표하면서부터 파울 첼란으로 통하게 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옛 영지였다가 1918년부터 루마니아에 속하게 된 작은 도시 부코비나의 체르노비츠에서 태어난 시인은 초등하교 시절 비교적 얌전하고 말이 없는 학생으로 특별하게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고향은 한때 오스트리아에 ..

에세이 한 편 2017.11.10

사랑초/ 장재화

사랑초 장재화 신라 42대 흥덕왕은 사랑에 관한 한 비운의 왕이었다. 왕위에 오른 지 겨우 두 달 만에 사랑하던 아내 정목왕후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흥덕왕의 재위기간은 11년. 그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오로지 먼저 떠난 왕비만 그리워하며 살았다. 궁궐의 수많은 궁녀 중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수발도 내시들이 들게 했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신하가 앵무새 한 쌍을 선물로 바치자 흥덕왕은 앵무새 노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랜다. 얼마 후, 암컷이 죽고 홀로 남은 수컷이 애처롭게 울자 왕은 새장 안에 거울을 넣어주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암컷이 돌아온 줄 알고 즐거워하던 수컷은 그게 허상임을 알고는 더 슬피 울다 죽었단다. 왕비를 잃은 흥덕왕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왕..

에세이 한 편 2017.09.08

추사 적거지에 가다/ 진원종

추사 적거지에 가다 진원종 여름휴가를 가족들과 제주도로 다녀왔다. 사부인을 위시하여 아내와 아들 · 며느리, 11개월짜리 손자 주원이, 그리고 딸과 사위, 초 · 중 · 고등학생인 외손들까지 대가족이었다. 태풍이 타이완에서 오키나와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숙소는 S교회의 휴양관인데 제주시 애월읍의 바닷가에서 반 마장 정도 떨어진 숲속의 그림 같은 하얀 2층 집이었고 앞 · 뒷마당의 노송들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발토니에서 바라본 전망은 푸른 소나무숲이 울창한 구릉지와 녹색의 펀더기*가 펼쳐져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다른 객들도 보이지 않아 적요한 분위기는 요요蓼蓼할 정도였다. 여장을 풀고 바닷가로 나가 전망 좋은 식당에..

에세이 한 편 201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