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멋에 대하여/ 김창현 <수필> 대나무의 멋에 대하여 김창현(수필) 어릴 때는 대나무를 한 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대나무는 그저 생활용품 만드는 재료거니 생각했다. 아이들은 대나무로 포구총, 방패연, 낚싯대를 만들었다. 어른들은 울타리, 빗자루, 복조리를 만들었다. 장에 가면 죽부인, 대.. 에세이 한 편 2017.11.13
만자(卍字)의 말씀/ 함현 만자卍字의 말씀 함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자설卍字說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부르게 된 까닭은 잘 알 수 없지만 그것은 卍이라는 상징기호가 지니고 있는 특별한 의미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기호의 발생연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이 문자, 음악, 미술 같은 여느 기호보.. 에세이 한 편 2017.11.12
김지희_시와문화 에세이『사랑과 자유의 시혼』中 / 파울 첼란 인간 본성의 상실과 존재의 위기 증언하다 -인간의 야만 투시한 오스트리아 시인 파울 첼란 김지희 / 시인 본명이 파울 안첼(Paul Antschel)인 파울 첼란은 1920년에 태어나서 1970년 4월 말 세느강에 투신 자살함으로써 50세에 비애悲哀의 생을 마친 시인이다. 유태인 신분을 감추기 위해 본명 철자를 바꾸어(Ancel을 철자만 바꾸어서 Celan으로 함) 1947년 5월 루마니아의 잡지 《아고라Agora》에 시를 발표하면서부터 파울 첼란으로 통하게 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옛 영지였다가 1918년부터 루마니아에 속하게 된 작은 도시 부코비나의 체르노비츠에서 태어난 시인은 초등하교 시절 비교적 얌전하고 말이 없는 학생으로 특별하게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고향은 한때 오스트리아에 .. 에세이 한 편 2017.11.10
새해를 맞으며_야누스의 심정으로/ 강기옥 새해를 맞으며 -야누스의 심정으로 강기옥 신화를 말할 때 우리는 쉽게 그리스 · 로마 신화를 떠올린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 이름만 바뀌어 로마 신화의 주인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로마신화에만 등장하는 신이 있다. 야누스(Janus)다. 요즈음 의학 용어로 풀이하면 앞.. 에세이 한 편 2017.10.30
물봉선화/ 소선녀 <2017, 제4회 지평선문학상 수상작> 물봉선화 소선녀 북채를 잡은 손의 놀림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저런 몰입이 내게도 있었던가. 그런 순간은 언제였을까. 무엇을 할 때 저렇게 혼신을 다했던가. 주어진 일이라면, 적은 일 하나에도 온 맘을 다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영부영 흉내.. 에세이 한 편 2017.10.12
사랑초/ 장재화 사랑초 장재화 신라 42대 흥덕왕은 사랑에 관한 한 비운의 왕이었다. 왕위에 오른 지 겨우 두 달 만에 사랑하던 아내 정목왕후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흥덕왕의 재위기간은 11년. 그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오로지 먼저 떠난 왕비만 그리워하며 살았다. 궁궐의 수많은 궁녀 중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수발도 내시들이 들게 했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신하가 앵무새 한 쌍을 선물로 바치자 흥덕왕은 앵무새 노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랜다. 얼마 후, 암컷이 죽고 홀로 남은 수컷이 애처롭게 울자 왕은 새장 안에 거울을 넣어주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암컷이 돌아온 줄 알고 즐거워하던 수컷은 그게 허상임을 알고는 더 슬피 울다 죽었단다. 왕비를 잃은 흥덕왕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왕.. 에세이 한 편 2017.09.08
윤향기_인터뷰 에세이『아모르 파티』中/ 소설가 : 김홍신 김홍신소설가 -국회에서 초원으로 돌아온 장종찬 인터뷰어 : 윤향기시인 "세상이 주는 고통만큼 우리는 강한 생명력을 얻습니다" 『인생사용설명서』에서 존귀한 이들에게 깨달음의 메시지를 던진 지 1년 만에 『그게 뭐 어쨌다고』에서 "젊은이는 자기 마음에 불을 피워야 합니다. 불꽃.. 에세이 한 편 2017.09.06
말의 입구, 말의 출구/ 정영효 <여행 에세이/테헤란> - 모스크의 문 말의 입구, 말의 출구 정영효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참기 힘든 때가 있었다. 페르시아어를 몰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의 적적함이 불안감을 만날수록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곤 했다. 정확하게.. 에세이 한 편 2017.08.25
추사 적거지에 가다/ 진원종 추사 적거지에 가다 진원종 여름휴가를 가족들과 제주도로 다녀왔다. 사부인을 위시하여 아내와 아들 · 며느리, 11개월짜리 손자 주원이, 그리고 딸과 사위, 초 · 중 · 고등학생인 외손들까지 대가족이었다. 태풍이 타이완에서 오키나와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숙소는 S교회의 휴양관인데 제주시 애월읍의 바닷가에서 반 마장 정도 떨어진 숲속의 그림 같은 하얀 2층 집이었고 앞 · 뒷마당의 노송들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발토니에서 바라본 전망은 푸른 소나무숲이 울창한 구릉지와 녹색의 펀더기*가 펼쳐져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다른 객들도 보이지 않아 적요한 분위기는 요요蓼蓼할 정도였다. 여장을 풀고 바닷가로 나가 전망 좋은 식당에.. 에세이 한 편 2017.07.21
나의 블랙홀/ 윤연옥 <수필> 나의 블랙홀 윤연옥/ 수필가 왼쪽 귀가 답답하여 진료를 받았다. 물약을 주며 세 시간에 한 번씩 귓속에 넣으라는 처방이다. 다음날 다시 진료를 받으며 귓속에서 1.5센티 족히 되는 원기둥의 피고름 귀지를 뽑아내자 대기하던 환자들이 모두 놀라워한다. 그 후로부터 왼편 귀.. 에세이 한 편 2017.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