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의 스승은 시 자체, 그리고 고독과 책이었다/ 정숙자
내 시의 스승은 시 자체, 그리고 고독과 책이었다 정숙자 그동안 너무 많이 다치고 인내하며 살아왔다. ‘그동안’이라는 세 음절 속에는 거의 평생이라는 공간이 들어있다. 태어나기 이전이야 현재의식으로 짚어낼 수 없지만, 현생인류의 한 개체로서 첫 울음을 터트린 후 줄곧 다침-견딤-겪음의 시간을 더듬어온 것으로 회상된다. 매번의 그 상처들이 모멸이나 모독인 줄도 모르고 나는 늘 자신 안에서 모순을 찾으려 했으며, 그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최선의 순응-적응-호응을 위해 숨죽여 왔던 것이다.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암울한 고독감 속에서 탐독만이 화려했다. 느릿느릿 읽은 한권 한권이 집안에 꽂혀가는 든든함만이 내 겨울을 녹여주는 페치카였다. 부실한 청력과 허술한 IQ와 함께 했지만, 나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