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346

환경재앙, 그 원인과 실상(발췌)/ 반기성

환경재앙, 그 원인과 실상(발췌)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환경재앙의 첫 번째는 폭염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2018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이다.4) 그는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99℃에서는 잔잔하다가 1℃를 더하면 물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의 때)'에 도달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티핑 포인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급격한 기온상승이다. 필자가 강의할 때 지구 평균기온이 1℃만 상승해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고 하면 수강생들은 웃는다. '겨우 1℃ 상승 가지고'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구 역사에서 1℃의 전 지구 평균기온 변화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1815년 탐보라 화산이 폭발하면서 성층권까지 화산재가 ..

에세이 한 편 2020.08.17

문학이라는 마법으로/ 탁인석

문학이라는 마법으로 탁인석/ 수필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황제가 되기까지 극적인 여러 스토리는 문학 작품이나 영화의 소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스토리는 매번 접해도 또한 흥미롭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옥타비아누스로 불렸던 19세에 이미 줄리어스 시저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카이사르의 눈에 들어 유언장에 후계자로 지목된다. 카이사르가 부르터스에게 암살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유언장에 명시한 것이다. 이미 후계자로 소문났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연인으로 유명한 안토니우스와의 많은 경쟁 스토리는 역사에 관심 가진 이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왔다. 젊은 옥타비아누스는 훗날 로마를 장악하고 제정 로마 시대를 여는 초대 황제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자를 뜻하는 아우구스투스를..

에세이 한 편 2020.08.09

건달불/ 안윤자

건달불 안윤자/ 수필가 우리나라에 전깃불이 처음 들어온 곳은 건청궁이다. 궁궐 속의 궁이라 불린 건청궁은 경복궁 후원 깊숙이 자리한 한옥의 별궁이었다. 구한말의 어수선한 시국에서 고종은 강녕전과 교태전을 비워 두면서까지 세자 내외와 단출하게 건청궁에서 거하며 국사에 임했다. 1887년 3월 6일 건청궁에서 유사 이래 최초의 전깃불이 밝혀졌다. 장안당과 곤녕합, 향원정 주변으로 전기를 가설하였는데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한 지 8년 후의 일이다. 보빙사로 미국에서 신세계를 보고 돌아온 대표단이 올린 중요한 건의가 전등의 설치였다. 백열등은 당시로는 로켓 발사 이상의 최첨단 문명의 이기가 아닐 수 없었다. "무슨 날도깨비 같은 전깃불 타령인고? 반딧불 밑에서도 끄떡없이 잘 살아왔느니." 고종의 시큰둥한 반응에..

에세이 한 편 2020.08.08

독사가 창궐하는 세상/ 박찬일

독사가 창궐하는 세상 박찬일 플라톤에 의할 때, 영혼이 먼저 존재했었고 영혼의 세계에서 진리를 말할 수 있었다. 영혼이 육체의 옷을 입은 후, 육체의 세계에서 진리를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플라톤 철학의 주요 용어들인 메텍시스, 아남네시스, 레테의 강, 알레테이아 등이 이에 대해 말한다. 메텍시스는 진리의 '분유'를 말한다. 영혼적 세계에서 진리의 分有를 말할 수 있다. 아남네시스는 진리에 대한 '상기'를 말한다. 육체적 세계에서 진리를 느끼게 되는 순간을 말할 때 이것이 아남네시스, 즉 진리에 대한 想起에 관해서이다. 레테lethe의 강은 진리의 망각을 말한다(영혼이 레테의 강, 곧 망각의 강을 건너 육체적 현실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진리를 망각한다. 레테의 강물을 많이 마신 영혼이 '진리'를 많이 망각..

에세이 한 편 2020.07.21

동백꽃이 지면/ 김영빈

동백꽃이 지면 김영빈/ 시인 여러분은 사람에게 동백꽃을 받아먹는 사슴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가 근무하는 곳에는 사슴들이 무척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공공연하게 사슴들과 앙숙이라고 말하곤 했었지요. 애써 심어놓은 꽃들과 나뭇잎들을 녀석들이 죄다 뜯어먹곤 했기 때문입니다. 개체 수는 많은 데다 먹이가 충분하지 않으니 한편으로 사슴들이 짠해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소 옆 동백나무 아래에 자주 나타나는 수사슴 한 마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순종은 아니지만, 털에 보이는 흰 꽃무늬로 봐서 꽃사슴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 사슴을 관찰해 보겠다고 족히 한 달 정도는 졸졸 쫓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밤늦은 퇴근길에 숙소 주차장 옆 잔디밭에 엎드려 있는 그 녀석과 눈이..

에세이 한 편 2020.06.26

동시영_세계문학기행『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낡아서 빛나는 곳 : 동시영

낡아서 빛나는 곳 동시영 로마는 낡아서 빛나는 곳 무너지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다 낡음이 시간의 미학을 건축하고 무너짐이 낳은 생기를 키를 키워 올린다 들이 역사를 갈아엎고 올리브를 심어도 녹빛 열매 속에선 기름이 낡아서 찬란한 시간의 눈을 반짝인다 로마는 모든 것의 젊음이 가장 부끄러워지는 곳 시간의 세포 속에서 낡은 것들이 마음 놓고 낡을 수 있는 곳 -p. 87-88, (시집, 『미래사냥』) ▣ 괴테가 있는 여정 위에서 (발췌) 로마는 너무나 많은 볼거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갈 때마다 시간은 늘 부족한 곳, 감동의 깊이는 더욱 커지고, 로마의 모든 것을 통해 고대의 향가까지도 마음 가득 실어 올 수 있는 역사의 학교, 박물관이다. 내게도 그 무수한 볼 것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스티나였..

에세이 한 편 2020.06.19

동시영_세계문학기행『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봉황열반 : 곽말약

봉황열반 곽말약(중국, 1892-1978, 86) 향나무는 높게 쌓였고 이미 봉은 날아다니다 지쳐 그들의 죽을 날 멀지 않았네 한 무리의 뭇새들 하늘 밖에서 날아와 죽음을 보네 봉의 노래 아아! 어둡고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우주여, 우주 나 그대를 애써 저주하려니 남쪽에는 하나의 묘둥지일세 - p. 207. ▣ 곽말약 시의 외침과 절규, 북경의 매력(발췌) 곽말약(1892-1978, 86)과 노신(1881-1936, 55)은 중국이 자랑하는 신문화 운동 중 문학 창작 부문의 선구자들이다. 조금 더 세분화해서 이야기한다면 노신은 구문화의 비판에, 곽말약은 중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새로운 의식의 창조와 실천에 좀 더 중점을 두었다. 곽말약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1892년 사천성四川省 낙산..

에세이 한 편 2020.06.19

안영희 산문집_『슬픔이 익다』「눈보라」

눈보라 안영희 새로 넘긴 캘린더엔 연둣빛 새싹들이 돋아나고 내일이 개구리가 동면을 끝내고 나온다는 경칩이라는데, 저물녘 내 서재의 통유리 창밖에는 돌연 세상을 하얗게 휘덮으며 눈이 내리고 있다. 선뜻 지나가는 폼새가 아니고, 그 촘촘하고 무성하기가 흡사 한겨울을 뺨치고 있다. 나는 금세 주방으로 가, 더운 차 한 잔을 만들어 두 손으로 싸안는다. 이렇게 갑자기 흰 눈이 지천이던 날, 전화해야 할 사람이 있으니 하던 통화를 끊자 하던, 어느 해 전의 한 여자의 어처구니처럼, 많은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 속해 있던 현실을 떨치고 나와, 순식간에 열어주는 몽환의 풍경화 속으로 환상여행이라도 떠나고 있을까? 내개도 저리 아득히 쏟아지는 눈을 배경으로 한, 조금은 아름다웠을 낭만의 기억이 감아 온 생의 어느 갈피쯤..

에세이 한 편 2020.06.15

안영희 산문집_『슬픔이 익다』「동백꽃 현수막」

동백꽃 현수막 안영희 이른 4월 인사동 입구에 동백꽃 문양 붉게 찍힌 현수막이 바람에 거칠게 펄럭이고 있다. 동백꽃, 동 백 꽃······, 입안에서 불러 보다가 일상의 자리 붙박인 채로 마음이 금방 그리움에 찬다. 해 기울면 서둘러 머플러를 다시 감고 옷깃을 여미도록 세勢를 타는 바람 아랑곳없이, 어느샌지 단호한 붉음으로 피었다가 꽃잎 하나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뚝, 뚝······ 통째로 떨어지는 낙화의 모습 너무나도 강렬해서, 내 마음에 진홍의 낙관처럼 찍혀 있는 꽃. 남도 어디 섬이라든가 하는 데선 눈 속에 피었다가 벌써 모가지째 떨어져 꽃송이들이 가득히 땅바닥을 덮었다고 올려놓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곤, 벌써 퍼다가 내 카페에도 핸드폰에다도 저장해 놓은 꽃. 그러나 2019년의 이 4월 별스럽게..

에세이 한 편 2020.06.15

헨리 데이비드 소로_삶의 골수(骨髓)를 열망한 사내/ 박미경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삶의 골수骨髓를 열망한 사내 박미경/ 수필가 저 황홀한 노랑의 향연, 제주의 감미로운 추억인 성산포 유채꽃밭이 한순간 트랙터로 무참히 뭉개졌다. 꽃의 학살이다. 가격 폭락으로 배추를 갈아엎고 양파를 갈아엎던 농부들의 모습을 볼 때는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제주, 삼척에서 갈아엎는 유채꽃밭과 신안 어느 섬의 백만 송이 튤립을 엎어버린 행위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무모한 관광객에게 '뽄때'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인간에 대한 혐오는 한층 깊어졌다. 인간이 정녕 꽃보다 대단한 존재일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45세)를 생각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소로는 2년 동안 ..

에세이 한 편 202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