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117

정과리 『80년대의 북극꽃들아, 뿔고둥을 불어라』/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정과리 『80년대의 북극꽃들아, 뿔고둥을 불어라』/ 어머니 : 이성복

어머니 이성복 달빛 없는 수풀 속에 우리 어머니 혼자 주무시다가 무서워 잠을 깨도 내 단잠 깨울까봐 소리없이 발만 구르시다가, 놀라 깨어보니 어머니는 건넌방에 계셨다 어머니, 어찌하여 한 사람은 무덤 안에 있고 또 한 사람은 무덤 밖에 있습니까 -전문- * 2연은 바로 그 안팎의 혼재..

최동호_말향고래는 전설이며 혁명이고 시이다(발췌)/ 내가 처음 만난 말향고래 : 이건청

<2017년 제2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시집 : 이건청『곡마단 뒷마당에 한 마리 말이 있었네』 내가 처음 만난 말향고래 이건청 나는 그게 말향고래인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중학교 3학 년 때였다. 달이 휘영청 밝았었다. 그날 밤 돌연 귀가 이상 하였다. 들리지 않았다. 환청처럼 울렸다. 잠..

김윤정『기억을 위한 기록의 비평』(발췌)/ 임화, 박남철, 이성선

<임화「우리 오빠와 화로」전문, 박남철「독자놈들 길들이기」전문, 이성선「큰 노래」전문> 시적 미학의 특수성과 독자와의 관계망 김윤정 1. 작가와 독자의 소통의 관계 모든 문학 작품은 작가의 개성과 자발성에 의해 쓰여지지만 그것이 항상적으로 독자를 향한 발언임이 전제되..

김윤정_'말'의 진정성과 사회 정의正義(발췌)/ 최후의 사냥꾼 : 허만하

최후의 사냥꾼 허만하 시는 벼랑의 질서다. 한발 헛디디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나는 나를 추적했다 날카로운 암벽의 끝자락에 당도한 위험한 언어가 서쪽 하늘 적막을 불꽃처럼 벌겋게 불타오르는 지점까지 세계를 그대로 얼어붙게 하는 극한까지 세계를 직..

장철환 『돔덴의 시간』모나드에서 노마드로(발췌)/ 저녁의 고릴라……國家 , : 장석원

저녁의 고릴라……國家, 장석원 불빛에 잠긴 저녁의 포클레인에 대하여 나는 할 말 이 없다 녹슨 기율이나 검은 쇳덩이 혹은 인터내셔널과는 무관하기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자본가여 굶어 죽 어라 그건 폭력 한때 나는 그런 포르노그래피를 좋아했다 모두가 빨고 빨리고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