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시 1
정숙자
스타였던 적 없어서 나는 조용히 살 수 있었다. 누군가 어디선가 알아
주지 않아도 나는 제자리서 열심히 (묵묵히) 오로지 나 자신의 소로를
닦는데 모든 햇빛을 썼다. 그렇게 흐르는 바람 사이로 나에게 주어진 일
생이 짜여졌다. 모종(某種)의 어떤 변화도 없이, 그렇게 몇 십 년이 어룽
진 기억과 함께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스타가 아니었기에 내 안의 소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때 그 소녀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열셋 혹은 열여섯 살 때 바
라봤던 구름과 나비와 이슬 따위를 여전히 친구라고 여기며, 조금은 바
보스럽기도 하지만 작은 유리병 하나에도 새소리를 담아놓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 『들소리문학』2015-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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