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 이 꽃들
정숙자
이 책, 이 책들이 나를 쓰러뜨리려 하네. 인해전술을
쓰네. 다 읽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 책들이 내 구석
진어깨를 어르고 짓누르고 원망하네. 펴보지도 못한 채
쌓여가는 이 책들이 오로라까지 장악하네. 매일 한참씩
만 어느 별에서 얻어올 수 있다면 좀 들춰보련만, 멀리
서 걸어온 이 책들! 악수도 못하고 마네.
이 책, 이 책들을 다 읽자면 바보가… 다 읽지 않는다
면 천치가 되고 말겠지. 하지만 오늘 밤 나는 그도 저도
아닌 백기를 들어야겠네. 어느 별에서 빛다발 꺼내올 순
없어도 그것을 덮어줄 순 있을 것이네. (별들은 어둠을
좋아하니까) 푹푹 잠이나 자야겠네. 책들이 한사코 전략
적이네. 전투적이네. 인해전술을 쓰네.
* 웹진 『시인광장』2015-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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