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림
정숙자
태어나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한다
버린다 꼬리가 잡히면 꼬리를
발가락이 들키면 발가락을 내버린다
스스로 유전자를 바꾸는 도마뱀은
구름 위로 날아가는 도마뱀은
체질 드러나지 않도록
어둠이든 늪이든 사막이든
달아난다 돌연변이 쪽으로 얼버무린다
결국, 해 뜨고 또 바람이 돌면
마지막 희미한 눈마저 굴려버린다
뛰고 튀고 은폐하고 탈주하다가
심장과 방향까지 놓치고 마는 도마뱀
망아지도 새도 박쥐도 아닌
박테리아로 피어나 쑥쑥 크는데
이제 막 한글 깨우치기 시작한 손녀가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며
읽는다―묻는다
“할먼, 예술의 잔당―예술의 잔당이 머야?”
“으음, 예술의 잔당―예술의 잔당?”
으하하 푸하하 크하하학, 잔당!
*웹진 <시인광장> 2014-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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