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반사경/ 오승연

검지 정숙자 2024. 7. 17. 01:39

<2024, 시와문화 ■ 시 부문 신인상 수상작> 中

 

    반사경

 

     오승연

 

 

  주차장 입구 측백나무 가지에 반사경이 걸려 있다

  누가 저렇게 아름다운 눈동자를 만들었을까

  측백나무 초록이 한껏 떠받들고 있다

 

  다가오는 것들마다 누르고 자르고 찌그러뜨리는

  저 반사경은 유머를 아는 종족 같은데

 

  오늘은 아랫집 새댁의 부른 배를 내 자동차 유리창으로 밀어 넣는다

  

  언제 눈을 깜빡이는지 본 적은 없지만

  더러는 저 눈빛을 피해 지나간 사연들도 있을 테지만

 

  사람도 자동차도 한 번 눈에 들면

  왜곡된 시선이 진실이 되는지

  어쩌다 충혈된 눈으로 이마를 찌푸리기는 한다

 

  핏빛 노을 없이도 뜨거운 눈빛으로

  산목숨에 제 목숨을 내걸고 있는 반사경 얘기일까

 

  우리 동네에는 

  측백나무에 눈이 달려있다는 소문이 있다

     -전문(p. 220)

 

    * 심사위원 : 박몽구  오현정  주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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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시와문화 신인상 발표/ 시 부문> 에서

  * 오승연/ 서울과학기술학교 경영학과 졸업, 나사렛대학교 시창작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