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하필夏雨下筆 1
김송배
비가 내릴 듯 말 듯
그대는 찌푸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이내 침묵으로 흙 가까이 낮게 엎드린다
오늘도 열매가 여물 듯 말 듯
한 웅큼 햇살이 그대 가슴을 핥아야
의미 있는 이별을 준비하겠지만
어찌된 일이냐 그대여
속살까지 적시는 우기雨期의 언어는 무섭다
마른 하늘이 울고
다시 숨 가쁘게 훔쳐내는 그대의 눈물
알토란 둥근 잎으로 그냥 가려보는
치유될 수 없는 우리들 아픔이지만
비가 내릴 듯, 열매가 여물 듯
저리도 울어 쌓는 매미들
그대가 낮게 엎드린 이쯤에서
사랑이 되지 못한 젖은 화음으로
오늘 일기예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전문( p.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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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학』 2024 여름(70)호 <이 계절의 시 1> 에서
* 김송배/ 1983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바람과 동행』등 13권, 평론집『감응과 반응』등 5권, 시창작법『김송배 시창작교실』등 3권, 산문집『지성이냐 감천이냐』등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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