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우하필(夏雨下筆) 1/ 김송배

검지 정숙자 2024. 7. 13. 14:35

 

    하우하필夏雨下筆 1

 

     김송배

 

 

  비가 내릴 듯 말 듯

  그대는 찌푸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이내 침묵으로 흙 가까이 낮게 엎드린다

  오늘도 열매가 여물 듯 말 듯

  한 웅큼 햇살이 그대 가슴을 핥아야

  의미 있는 이별을 준비하겠지만

  어찌된 일이냐 그대여

  속살까지 적시는 우기雨期의 언어는 무섭다

  마른 하늘이 울고

  다시 숨 가쁘게 훔쳐내는 그대의 눈물

  알토란 둥근 잎으로 그냥 가려보는

  치유될 수 없는 우리들 아픔이지만

  비가 내릴 듯, 열매가 여물 듯

  저리도 울어 쌓는 매미들

  그대가 낮게 엎드린 이쯤에서

  사랑이 되지 못한 젖은 화음으로

  오늘 일기예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전문( p.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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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학』 2024  여름(70)호 <이 계절의 시 1> 에서

 * 김송배/ 1983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바람과 동행』등 13권, 평론집『감응과 반응』등 5권, 시창작법『김송배 시창작교실』등 3권, 산문집『지성이냐 감천이냐』등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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