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5/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4. 7. 10. 02:09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5

 

     정숙자

 

 

  한 자도 쓰지 못한 편지를 부칩니다. 더는 희망할 것 없어져 버린 저의 이상은 침묵밖에 남은 것이 없기에 꿈이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ᄀᆞ능성을 잃지만 않으면 되는 거였는데. 초토화된 기슭의 현장에서 저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잃어버렸어요. 저에 의한 꿈이 아니ᄅᆞ 꿈에 의한 저의 삶이었던 것입니다. (1990. 10. 25.)

 

              

 

  '부처님 오신 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양가 부모님과 지아비를 위해

  스승님과 돌아간 오라버니를 위해

 

  자식들과 자신을 위해서도 연등을 달고나서는,

 

  극락전에 엎드려 절했습니다

  대웅전에 엎드려 절했습니다

 

  매해 그래왔듯이 이웃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절했습니다

 

  올해는 난생처음 나라를 위해서도 한 번 더 절했습니다

      -전문(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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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외,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