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대나무/ 조서정

검지 정숙자 2024. 7. 9. 23:45

 

    대나무

 

    조서정

 

 

  사군자 중 막내로 이름을 올렸으나

  한 번도 군자로 살아본 적 없으며

  군자로 살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소이다

 

  목재로도 쓸 수 없어 나무에서도 퇴짜 맞고

  풀에도 끼지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양다리외다

 

  낭창거리며 살아온 선비들이 덮어씌운

  충절과 절개의 이미지 덕에

  바람에 흔들리며 풍류를 즐기며 살아온

  낭만파이외다

 

  텅 빈 뼈대 하나로 흐느적거리면서도

  쉬이 꽃을 내어주지 않는 차가운 가슴으로

  바람의 옹이로 버텨온

  천하의 한량이외다

     -전문(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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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조서정/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모서리를 접다』『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나라고 할까』, 산문집『엄마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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