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조서정
사군자 중 막내로 이름을 올렸으나
한 번도 군자로 살아본 적 없으며
군자로 살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소이다
목재로도 쓸 수 없어 나무에서도 퇴짜 맞고
풀에도 끼지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양다리외다
낭창거리며 살아온 선비들이 덮어씌운
충절과 절개의 이미지 덕에
바람에 흔들리며 풍류를 즐기며 살아온
낭만파이외다
텅 빈 뼈대 하나로 흐느적거리면서도
쉬이 꽃을 내어주지 않는 차가운 가슴으로
바람의 옹이로 버텨온
천하의 한량이외다
-전문(p. 104)
-----------------------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조서정/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모서리를 접다』『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나라고 할까』, 산문집『엄마를 팝니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베를린/ 정선 (0) | 2024.07.10 |
---|---|
공동저자/ 김화순 (0) | 2024.07.09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4/ 정숙자 (0) | 2024.07.09 |
수도암 별사/ 이상구 (0) | 2024.07.09 |
안시성(安市城)*/ 박재화 (0) | 2024.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