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동저자/ 김화순

검지 정숙자 2024. 7. 9. 23:56

 

    공동저자

 

    김화순

 

 

  패션의 완성은 멋진 신발이라면서

  그 안의 발은 제대로 챙겨준 적 없지

 

  나의 부속으로  살아온 너는

  늘 나를 눈부신 곳으로 데려가곤 했는데

 

  얼마나 오래 참고 걸어온 걸까

 

  골퍼의 볼품없는 발이나 발레리나의 끔찍한 발가락은

  무대에서 꽃으로 피어날 때 숨죽이고 있었지

 

  가끔 통증으로 말 걸어오는 너는

  달의 뒷면처럼 묵묵히 나의 앞길을 비춰주었지

 

  내가 이룬 모든 것은 너와의 협업

  환한 웃음 뒤에는 고독한 너의 행보가 있지

 

  나는 네가 써 내려간 기억의 변천사

  너는 내 책의 공동저자야

     -전문(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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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김화순/ 2004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구름출판사』『시간의 푸른 독』『사랑은 바닥을 쳤다』, 저서『현실 체험시의 이론과 가능성』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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