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4
정숙자
눈뜨고 있지만 바라볼 데가 없습니다. 겨우 일어선 갈비뼈들이 차례도 없이 무너지는데, 당신 말고는 그 누구도 난파에 휩쓸리는 태양의 파산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1990. 10. 24.)
“한 사회가 썩을 때는 시인이 맨 나중에 썩는다.
∴ 시인이 썩었다면 그 사회는 다 썩은 것이다.”
저의 등단 초기, 『문학정신』 사무실에 근무ᄒᆞ셨던 이추림 시인(1933-1997, 64세)께서 장차 시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예의와 평생 두고 새겨야 할 덕목을 넌지시 일러주시곤 했는데요.
어제는 님의 친필 ᄉᆞ인이 든 시집 열두 권을 수북이 꺼내 놓고 망연히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요즘 들어 저 깊은 말씀이 자주 떠오르고, 그때마다 얼른 자신을 뒤적거려 보곤 합니다.
아무래도 서운하여 소장본 중 한 권을 여기 적어둡니다.
李秋林 從軍詩帖 『彈皮 속의 旗』(1967. 三一閣, 280원)
-전문(p. 84)
-----------------------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외,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동저자/ 김화순 (0) | 2024.07.09 |
---|---|
대나무/ 조서정 (0) | 2024.07.09 |
수도암 별사/ 이상구 (0) | 2024.07.09 |
안시성(安市城)*/ 박재화 (0) | 2024.07.09 |
매지리 호수/ 김성수 (0)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