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암 별사
이상구
바람의 법문 소리 귀담아 들은 걸까
굴참나무 우듬지 하얗게 반짝인다
늘 푸른 겨우살이들
하안거 속에 든 날
인현왕후 탑돌이 오랫동안 생각했나
천년을 기다리다 말라버린 이끼 안고
산문 밖 수많은 풀꽃
은은하게 웃는다
하산한 산신령이 손 모아 합장한 듯
구천의 허공 속에 흐르는 구름 삼켜
날아온 참매미 한 마리
화엄경을 외운다
-전문(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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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조> 에서
* 이상구/ 2016년『월간문학』으로 등단, 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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