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편지 · 34 외 1편
사도 바울의 사랑歌
상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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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저 유명한 사도 바울의 사랑가는 흔히 '작은 예수'로 일컬어지는 사도 바울이 쓴 글입니다. 때로는 논리적이며 때로는 격정적이며 때로는 사유적이기도 한 이 글은 담대한 '사랑 헌정'이며, '사랑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 사랑가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만인의 노래입니다.
-전문(p. 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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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편지 · 21
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편지
1914년 9월 24일 전선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어머니, 저는 전쟁에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확실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에 그렇지 못할 경우를 위해서 지금 이별의 편지를 써두겠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착하신 어머니, 당신의 사랑에 대하여 당신이 저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일단 선전이 포고된 바에는 자기 운명을 우리 국민 전체의 운명과 가능한 한 밀접하게 결부시키기 위해서,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자각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1914년 10월 14일 북 프랑스에서
어머니, 하루하루 그 무엇이, 보다 더 강하게 저를 압박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이 거칠어지는 것을 대단히 두려워합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무슨 방탄망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는 건 매우 고마운 일입니다마는 이상하게도 저는 탄알이 그렇게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마음 속의 외로움입니다 인간에 대한, 자신에 대한, 인간의 온갖 선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리는 것을 저는 두려워합니다.
부르멘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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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국회도서관에서 『세계의 명문장』이라는 책을 접하고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글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 「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편지」라는 가슴 절절한 편지글 한 사연이 내 가슴을 저며와 여기에 실었다. <전문(p.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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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수선화 편지』에서/ 2024. 6. 25. <오성문화> 펴냄
* 상희구/ 1942년 대구 출생, 1987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첫 시집『발해기행』, 시집『요하의 달』『숟가락』, 대구연작장시『대구』(제1집) 『추석날대목장날』『노곡동 징검다리 』『권투선수 정복수』『개살이 똑똑 듣는다』『대구시지』(상권, 대구 1~5권까지 망라함), 『동화사 부도암의 홍매법문』『신발 거꾸로 신고 나온 시에미』『오솔길 끝에 막은안창집에는 할매 혼자 산다』『애조글재조글 잔소리만 해쌓는 우리 시누이야』, 『팔공산』(대구시지, 연작장시 제1집~10집까지 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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