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곤충호텔/ 윤옥란

검지 정숙자 2024. 6. 24. 01:52

 

    곤충호텔

 

     윤옥란

 

 

  습한 계절

  먹구름과 천둥소리가 지나가면

  뒷산 산벚나무 열매들이 비바람에 떨어진다

 

  이때부터 낡고 오래된 집의 동거가 시작된다

 

  새벽 알람시계가  깊은 잠을 흔들어 깨울 때

  재빠르게 침을 놓고 날아가는 모기 한 마리

  귓가에 맴돌던 윙윙 소리

  잠을 내쫓는 알람보다 매섭다

 

  잠에서 깨면 이불 속에서 무언가 휙 빠져나갈 때도 있다

  문단속을 아무리 잘 했어도 언제 들어왔는지

  빗자루 찾는 사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수십 개의 발을 지닌 지네 한 마리와

  긴 더듬이로 얼굴을 스치고 간 바퀴벌레는 한통속

  

  벽이나 바닥으로 돌아다니는 돈벌레 뒤를 이어

  순식간에 부엌으로 날아든 꽃매미가 날개를 접고 있다

 

  우리 집 안팎이 숲이다  

  낡은 집을 호텔이라고 믿는 것일까

  방문객이 점점 늘어난다

     -전문(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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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윤옥란/ 2018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날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2015년 제3회 '암사동 유적 세계유산 등재기원 문학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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