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이온겸
감정보고서를 적어야 한다
깊은 물 속에 새겨진 이름을 적어야 할까
웃음이 피어났던 눈빛을 적어야 할까
무음으로 통하는 감정의 교차로에서 새벽 4시를 알리고 있다
알람에 놀란 해는
제한 높이 걸려 숨 막히는 턱걸이를 한다
거울 속에 앉아 있던 여자는
시간을 품어 깊게 새겨진 길을 그리고
고단해 보이는 선을
끊임없이 잡고 올라가는 손 밑으로
더위에 지친 고양이는 졸고 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해
쏟아지는 아침을 쓸어담기엔 좁았다
-전문(p. 115)
----------------------
*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이온겸/ 2023년『미네르바』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선옥_해체의 상상력과 그러데이션의 언어(발췌)/ 실어증 : 강준철 (0) | 2024.06.28 |
---|---|
전해수_결별(訣別)의 역설(발췌)/ 훗날의 꿈 : 박완호 (0) | 2024.06.27 |
곤충호텔/ 윤옥란 (0) | 2024.06.24 |
갈치/ 최진자 (0) | 2024.06.24 |
엊그제 일인 듯/ 조은설 (0) | 2024.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