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인 듯
조은설
누가 백악기 화면의 조리개를 열었을까
잠깐 시간이 정지한 순간
무채색의 기나긴 허공이 지나간다
얇은 균열 속에 파묻힌
또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는데
빛이 환하게 쏟아진다
시조새 한 마리 숲의 잔등에서 솟구쳐 올라
허공에 꾹꾹 눌러 찍는
마름모꼴의 발자국들
휘파람을 불고 있다
달의 갈비뼈 속에서
덧니가 반짝이는 별들이 태어난다
허공이 채워진다
잇몸이 가려운 암모나이트
사랑니가 돋는 계절
모래 한 줌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물장구를 치고 있다
조심조심 한 꺼풀씩
백악기의 고요한 적막을 벗겨내면
엊그제 일인 듯
속절없이 밀려오는 둥근 그리움
그림자 하나 스치듯 지나갔다
-전문(p. 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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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조은설/ 2012년『미네르바』로 등단,시집『천 개의 비번을 풀다』외 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