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얼굴/ 이온겸

검지 정숙자 2024. 6. 24. 02:28

 

    얼굴

 

    이온겸

 

 

  감정보고서를 적어야 한다

 

  깊은 물 속에 새겨진 이름을 적어야 할까

  웃음이 피어났던 눈빛을 적어야 할까

  무음으로 통하는 감정의 교차로에서 새벽 4시를 알리고 있다

  

  알람에 놀란 해는

  제한 높이 걸려 숨 막히는 턱걸이를 한다

 

  거울 속에 앉아 있던 여자는

  시간을 품어 깊게 새겨진 길을 그리고

 

  고단해 보이는 선을

  끊임없이 잡고 올라가는 손 밑으로

  더위에 지친 고양이는 졸고 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해

  쏟아지는 아침을 쓸어담기엔 좁았다

     -전문(p.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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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이온겸/ 2023년『미네르바』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