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갈치/ 최진자

검지 정숙자 2024. 6. 24. 01:31

 

    갈치

 

    최진자

 

 

  네 토막이 난 갈치를 씻으며

  다섯 번 칼질 당하므로 여섯 토막이 났을 게다

  꼬리와 머리 부분이 없으므로

  눈빛을 보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다

 

  넓고 푸른 외포항에 갔다가  

  좌판에 만삭이 된 대구의 피눈물 맺힌 눈을 보고

  모성의 아픔이 너한테도 있구나

  그 후로 생선의 눈 보기를 피했다

 

  네 모양은 이순신 장군의 긴 칼 같고

  쥘부채가 펴진 듯한 지느러미 유연하기는 곡예사이며

  아버지의 바닷가 금지령에 헤엄칠 줄 모르는 나

  너는 수영선수로 올림픽 금메달감이니

  네 몸값이 날로 비싸짐이렷다

 

  심해를 마음껏 휘젓고 폭풍우에도 뛰놀던

  별빛 달빛 밝을 때 바다의 은하수로 빛나고

  은빛 가루를 몸에 둘러 눈부심

  숨이 져도 몸 빛 털어 여성 화장품의 펄로 반짝이며

  달밤에 네 목욕물은 반딧불이보다 밝았다

 

  푸른 바다 경계 넓은 영역

  누려본 적 한 번 없고

  꿈도 바다처럼 파랗다가 포말로 흩어지고

  자부심도 순간 사라지고 마는 나

  괜한 생각에 겸손만이 나를 가눈다

     -전문(p. 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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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4  여름(94)호 <신작시 2> 에서

* 조은설/ 2012년『미네르바』로 등단,시집『천 개의 비번을 풀다』외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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