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하라의 그림자/ 김추인

검지 정숙자 2024. 5. 30. 16:11

 

    사하라의 그림자

         homo commons*

 

    김추인

 

 

  늪과 강과 바다가 모이던 사하라는 신의 정원

 

  초목이 무성했던 대초원의 고대 사하라는

  기록 속에 묻히고

  이제는 숲도 바다도 사라진

  모래 폭풍 몰아치는 바람의 땅

  놀랍도록 아름다운 사구들 아래 묻혔을

  목숨들의 문명을 떠올려 봅니다

 

  모래 아래 숨어 있을 오아시스의 흔적도 물밑 화석도 큰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코끼리, 가젤, 기린 등속의 족속들 땅이었을 여기

  옛 풍요의 서사를 추억하듯 바람의 현을 당겨 읊조리는 모래의 노래를 듣습니다

 

  지구별의 기울기가 바뀌면서 푸른 사하라는

  불볕의 사막이 되었습니다

  가끔 살아있는 화석처럼 그림자처럼

  언뜻언뜻 지나가는 터번 두른 이는

  투아레그족이거나 베두인이겠거니 짐작하며 공연히 콧등이 시큰해지는 길손은 그들 곤한 등짝에 시선이 내내 따라갑니다

 

  "먼지의 사막에서 온 나도 떠도는 유목민이라오"

     -전문(p. 114-115)

 

    * 호모 커먼스: 공유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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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1부> 에서

 * 김추인/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모든 하루는 낯설다』『해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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