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몽촌(夢村)/ 나금숙

검지 정숙자 2024. 5. 30. 16:35

 

    몽촌夢村

         희토류 도시광산

 

    나금숙

 

 

  타인이 원하는 내가 되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 새들은 굴뚝 속으로나 하늘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나는 그게 항상 어려워! 답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늘 익숙지 않네 신이면서 사람인 그를 잉태한 한 여인을 만날 때 엘리사벳은 태동을 느꼈지 그이를 만날 때 나도 그게 가능할까 섬을 건너다니는 새들도 어느 섬에서는 가슴이 뛸까

 

  희토류 도시광산에 대해 들을 때 귀가 즐거웠어 폐가전을 모아 희유금속을 캐낸다면 너와 내 속의 구질구질한 슬픔 속에 재생 가능한 기쁨도? 버려진 물건이 태동을 한다면 석면 가슴도 다시 울렁일 수 있겠지

 

  성문 밖 불당리 적설에 쓰러진 소나무에 균사체가 피어나더군 먹이를 찾아 유기견은 웅덩이에서 혀만 축이다가 석양 숲으로 사라졌어 힘없는 긴 꼬리의 슬픔 희게 따라오라는 화살표 그림자 무엇이 되어줄까 무엇을 줄까 소리를 빨아들인 구름 위로 산책을 다녀오자 눈도 안 뜬 물총새 큰물을 건너간다

     -전문(p. 11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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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1부> 에서

 * 나금숙/ 200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그 나무 아래로』『레일라 바래다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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