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김혜천
화사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일으키던 거울이
사금파리로 흩어지고
봄은 아직 결빙을 품고 있다
귀에 포진한 대상이
안면을 강타한 후
얼굴에 동거를 시작한 삶과 죽음
경계에서 흔들리다가도
허들을 딛고 뛰어넘던 사고체계도
잘 따라오던 영혼도 눈보라에 길을 잃었다
빙자옥질氷姿玉質이고 싶던 소망 실종되고
아치고절雅致高節도 아득한 절벽 되었다
복원을 위한 몸부림
하데스보다 차고 어두운 늪
가장 아끼던 것을 허문 이여
눈 한번 깜박이는 것이 기적임을
외롭다 여기던 길들이
보석함 열리는 길임을 알게 하려고
연단을 거듭하는 이여
천수 천안으로 슬픈 체온 어루만져
화사한 웃음으로 부추기는 이여
-전문(p. 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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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1부> 에서
* 김혜천/ 2015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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