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반달에 달은 없고 반지가 웃다/ 김송포

검지 정숙자 2024. 5. 30. 01:55

 

    반달에 달은 없고 반지가 웃다

 

     김송포

 

 

  반달은 숙명적이다 반만 차 있어도 만족한다 반만 웃어줘도 반만 사랑해 줘도 반만 문장을 읽어줘도 좋다 왜 약해졌냐고요 그것은 반쪽과 같이 살면서 얻은 반지예요 바꾸려 하지 않았고 반만 채워지는 것에 익숙해졌다

 

  반달 서림에서 반달 같은 사람들을 만나 책 이야기를 했다 완벽한 시집도 아닌 반 정도만 봐줘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낭독 시간을 가졌다 열 명이 둘러앉아 달의 이야기 늘어놓으며 어쩜 반은 이쪽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반은 다른 생각으로 넘나들지 않았을까 이름 없는 반지가 어찌 보름달 같은 완전을 내밀까요

 

  반달은 어떻게 반지가 되었다는 건가요

 

  밤하늘에 비친 반달은 나뭇가지 사이 얼굴을 내밀어 웃어줬다지만

  이야기 과정을 누가 온전히 들어줬나요

 

  바로 당신

 

  반달 같은 마음으로 달려와 준 저 노랑을 안아주고

  반만 기억해 줘도 반은 찰 것이라는 손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렌즈에 노출된 반지가 웃고 있지 않나요

     -전문(p. 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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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시 1부> 에서

 * 김송포/ 2013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부탁해요 곡절 씨』『우리의 소통은 로큰롤』『즉석 질문에 즐거울 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