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물수제비/ 최호빈

검지 정숙자 2023. 11. 3. 00:24

 

    물수제비

 

     최호빈

 

 

  답이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사람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첫 번째 돌이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나는 나의 낮과 밤에 갇혀 있다

  희망을 떠올린다는 것이 무겁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낮에 밤이 깃드는 것처럼

  밤에 낮이 깃드는 것처럼

  두 번째 돌이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흙이 자라는 화분이 늘어 가면서

  나만의 정원이 가꾸어지고 있다

  나의 정원에 들어서지 못한 숲은 내 발밑에 깔려 있다

  발자국은 내가 숲과 나눈 조용한 대화

  세 번째 돌이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소리 없이

  반짝이기만 하는 꿈결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우렁차게 내며

  반짝이는 꿈결

 

  꿈 저편에서 돌 하나가 건너온다

  너의 꿈에 머물러도 될까라고 묻는 돌 하나

  내 꿈에 누가 또 있는 걸까

 

  꿈 저편에서 돌 하나가 건너왔다

  너의 꿈에 머물러도 될까라고 묻는 돌 하나

  정말 내 꿈에 누가 또 있는 걸까

 

  세 번째 돌을 기다리지만 오지 않는다

  건너오다가 가라앉은 걸까

  아니면 그냥 가져간 걸까

  그냥 돌아간 걸까

 

  내가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전문(p. 160-161)

 

   -----------------------------

  * 『계간 파란』 2023-여름(29)호 <poem>에서

  * 최호빈/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바람이었노라/ 신호현  (2) 2023.11.10
저만큼/ 안수환  (0) 2023.11.06
고봉준_인류세 시학/ 세포들 : 나희덕  (0) 2023.11.02
사물의 수도원/ 김학중  (0) 2023.11.02
넘어가는 시간/ 서동균  (0)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