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
최호빈
답이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사람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첫 번째 돌이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나는 나의 낮과 밤에 갇혀 있다
희망을 떠올린다는 것이 무겁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낮에 밤이 깃드는 것처럼
밤에 낮이 깃드는 것처럼
두 번째 돌이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흙이 자라는 화분이 늘어 가면서
나만의 정원이 가꾸어지고 있다
나의 정원에 들어서지 못한 숲은 내 발밑에 깔려 있다
발자국은 내가 숲과 나눈 조용한 대화
세 번째 돌이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소리 없이
반짝이기만 하는 꿈결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우렁차게 내며
반짝이는 꿈결
꿈 저편에서 돌 하나가 건너온다
너의 꿈에 머물러도 될까라고 묻는 돌 하나
내 꿈에 누가 또 있는 걸까
꿈 저편에서 돌 하나가 건너왔다
너의 꿈에 머물러도 될까라고 묻는 돌 하나
정말 내 꿈에 누가 또 있는 걸까
세 번째 돌을 기다리지만 오지 않는다
건너오다가 가라앉은 걸까
아니면 그냥 가져간 걸까
그냥 돌아간 걸까
내가 꿈 저편으로 건너간다
-전문(p. 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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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3-여름(29)호 <poem>에서
* 최호빈/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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