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는 시간
서동균
책장에 시집이 천 권 정도 있다 시인들의 사유가 각자의 길을 내고 있다 연필로 원고지에 썼거나 노트북 자판으로 쓴 그들의 익숙한 흔적이다 층층이 고정되었다가 다시 이동하고 교차하다 부딪혀 멈추기도 한다
7단을 높이고 앵커를 깊게 박고 7단을 더 높인다 매트리스 형태로 호환하는 시간이 넘어간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위에서 아래로 편광이 비치는 일요일 오후, 햇살이 만든 경로를 따라 일상을 담은 일러스트에 누군가의 재채기 같은 m&m 초콜릿이 구른다
굴절된 지점에서 단단한 이야기로 자란 서사가 새로운 책으로 꽂힌다
-전문(p.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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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3-여름(29)호 <poem>에서
* 서동균/ 2011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뉴로얄사우나』, 디카시집『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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