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자유/ 정숙자 가을과 자유 정숙자 가을엔 얼마나 많은 자유가 더 필요한가 불현듯 외로워지며 대상도 없이 그리워지며 소슬한 바람만 뜰을 지나도 얼마나 떠나고 싶어지는가 홀로이 누르고 참았던 현실 귀뚜리가 대신해 울 때 병명도 없이 앓는 온밤이 우리에겐 얼마나 큰 괴로움인가 늘상 보던 햇빛,..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4.10
가을 진행/ 정숙자 가을 진행 정숙자 아, 가을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한 낭만주의의 고전일러냐 기다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외로워지는 가운데 바람과 달빛과 벌레 소리를 슬픔처럼 견디어야 하고 그래서 다시금 그리워하고 다시금 사랑하고 다시금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될 이 가을은 영원 불멸의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4.10
독백/ 정숙자 독 백 정숙자 가을 있음은 봄이 있음과 같이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이냐 천지에 가득한 계절이건만 누구에겐가 알리고 싶고 도처에 휩쓸리는 낙엽이건만 혼자 보내는 듯한 외로움 햇발은 봄 여름 내내 꽃들을 가꾸기에 지쳤음일까 꿈속처럼 깊어지는 이 가을에 녹슬었던 서정이 섬세해지..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4.09
가을의 현/ 정숙자 가을의 현 정숙자 그대 문간에 지는 낙엽은 낙엽이라도 꽃만 같아라 붉고 노오란 잎 잎마다 황홀한 멜로디 시구와 같이 숨 멎을 듯 별도 꺼질 듯 울린 적 없는 마음의 현 이 밤도 그리움에 흔들리거니 그대 발 아래 누운 낙엽은 바람에 구을러도 꽃만 같아라. ------------- * 시집 『이 화려한..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4.08
침묵의 안쪽/ 정숙자 침묵의 안쪽 정숙자 침묵의 멜로디 배워야 해요 우리, 두근거려 말 잃으면 그 때 침묵으로 말해야 해요 너무 큰 절망 때문에 모든 즐거움 잃게 되어도 너무 깊은 외롬 때문에 삶에의 희망 잃게 되어도 침묵 속의 아름다운 말 서로 선사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 잉태음도 배워야 해요 침묵..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4.03
가을과 연인/ 정숙자 가을과 연인 정숙자 세상 밖 계절이 창조되오리다 꽃보다 찬란한 단풍숲 길을 꽃보다 어여쁜 연인과 걷노라면 쓸쓸함도 구슬픔도 암담함도 신의 품에 어제 없던 별로 뜨오리다 태양이 좀더 지치기 전에 사랑의 금줄 가슴마다에 그러면 세찬 겨울 되돌아가오리다 사랑은 단 한 번 창조의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4.02
왕관/ 정숙자 왕 관 정숙자 봄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가을은 계절의 왕일 것이다 부유한 이는 부유한 대로 부족한 이는 부족한 대로 삶에 감사하며 경건해지는 가을 신은 어느 순간 생명과 시간을 씨앗 속에 압축시킬 구상하였을까 잎도 꽃빛이 되고 벌레조차 노래부를 수 있는 가을은 분명 계절의 완..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3.31
외로움 소묘/ 정숙자 외로움 소묘 정숙자 외로움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합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친지와 책갈피에 눌렀던 풀꽃이며 어린 시절의 잘못들을 참회하게 합니다 외로움은 누군가를 기다리게 합니다 어쩌다 길인사 나누는 소녀와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도 상상으로 만나게 합니다 낡은 사진..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3.29
침묵만이 그대를/ 정숙자 침묵만이 그대를 정숙자 좀 더 아름다운 날을 위하여 다른 건 다 써버릴지라도 침묵만은 남겨두자 어떤 언어 몸짓도 군더더기 되어질 뿐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그 순간엔 침묵만이 그대를 빛낼 수 있으리니 생명 이전부터 존재했던 침묵은 빛나는 공간처럼 무언가를 태어나게 하노니 눈..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3.28
가을/ 정숙자 가 을 정숙자 그림엽서를 산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기에 한 장, 두 장, 석 장 아예 한 묶음을 산다 행복스레 집으로 돌아와선 전기스탠드를 켜고 친구, 친척, 꼬마 벗에게도 쓴다 “가을이야…” 라고, 마지막 한 장이 남는다 이 한 장은 특별한 이에게 써야지 이름들을 떠올..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