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대학강사무(舞)/ 이동재

검지 정숙자 2011. 3. 15. 02:04

   대학강사무(舞)

    -신경림의「파장(罷場)」조로


     이동재



  못난 놈들은 서로 가방만 봐도 안다

  복도나 휴게실 앞에 서서 얼쩡거리고

  그늘 벤취에나 앉아 애매한 시간을 죽이다보면

  어느새 남 같지 않은 얼굴들


  얼굴 좀 안다고 이 학교 저 학교 수업 분위기

  들쭉날쭉 강사료에 교수들 얘기하다보면

  왜 자꾸 세상이 좆 같아지는지

  지나가는 정규직 교수나 잡고 시비나 걸까

  반반한 여학생 앞길이나 막고 희앗까시나 할까

  도서관 옥상에 올라가 고함이나 지를까

  쥐꼬리만한 강사료에 끌려 이 학교 저 학교 뛰다보면 또 저무는 하루


  어떤 인간은 총장처럼 허허거리고

  또 어떤 인간은 거지처럼 굽실거리지만

  이까짓 차비도 안 나오는 강사질이야 자꾸 해 무엇하랴

  박사들도 일용직 잡부처럼 부려먹는 통 큰 나라

  하늘에 대고 연신 엿이나 먹일꺼나

  정말 아무 여자나 잡고 한번 달라고 할꺼나


  두루두루 쪽팔리다보면 코앞이 종강

  방학 좋다만 무보수 적빈의 세월

  너도 알고 나도 다 안다

  못난 놈들은 가방끈만 봐도 서로 숨소리만 들어도 안다

  말 안 해도 다 안다 안다 안 다 안 ㅎ ㅎ ㅎ



  *『시안』2011-봄호 <오늘의 시와 시인>에서

  * 이동재/ 강화 교동 출생, 1998년『문학과의식』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