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무(舞)
-신경림의「파장(罷場)」조로
이동재
못난 놈들은 서로 가방만 봐도 안다
복도나 휴게실 앞에 서서 얼쩡거리고
그늘 벤취에나 앉아 애매한 시간을 죽이다보면
어느새 남 같지 않은 얼굴들
얼굴 좀 안다고 이 학교 저 학교 수업 분위기
들쭉날쭉 강사료에 교수들 얘기하다보면
왜 자꾸 세상이 좆 같아지는지
지나가는 정규직 교수나 잡고 시비나 걸까
반반한 여학생 앞길이나 막고 희앗까시나 할까
도서관 옥상에 올라가 고함이나 지를까
쥐꼬리만한 강사료에 끌려 이 학교 저 학교 뛰다보면 또 저무는 하루
어떤 인간은 총장처럼 허허거리고
또 어떤 인간은 거지처럼 굽실거리지만
이까짓 차비도 안 나오는 강사질이야 자꾸 해 무엇하랴
박사들도 일용직 잡부처럼 부려먹는 통 큰 나라
하늘에 대고 연신 엿이나 먹일꺼나
정말 아무 여자나 잡고 한번 달라고 할꺼나
두루두루 쪽팔리다보면 코앞이 종강
방학 좋다만 무보수 적빈의 세월
너도 알고 나도 다 안다
못난 놈들은 가방끈만 봐도 서로 숨소리만 들어도 안다
말 안 해도 다 안다 안다 안 다 안 ㅎ ㅎ ㅎ
*『시안』2011-봄호 <오늘의 시와 시인>에서
* 이동재/ 강화 교동 출생, 1998년『문학과의식』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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