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이병률 바람에게 이병률 별에게 감히 말을 건 것을 용서해 다오 색깔을 잘못 사용한 죄를 씻어가 다오 말을 타고 달리는 구름이여 이 가을 하늘의 지붕이여 나를 심판해 다오 바람의 감정을, 혁명의 마디를 끊어 다오 아침 녘 황금빛으로 울먹이는 서리들을 모두 지워 다오 나에게 있는 것들을 용서해 다오 내..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9
승부/ 이영광 승부 이영광 무섭지만, 지기는 어렵다 나보다 크고 센 것들에게 하나도 안 무섭지만 이기기는 정말 어렵다 나보다 약하고 작은 것들에게 *《서정시학》2010-겨울호 * 이영광/ 경북 의성 출생, 1998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머리카락은 즐겁다/ 정영선 머리카락은 즐겁다 정영선 과묵하다 그는 이혼남이라 한다 아들과 함께 고양이를 기르는 남자 까만 펜던트 목걸이를 하고 올이 군데군데 풀린 청바지를 입고 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을 들으면서 손은 커트를 하고 눈은 어디 먼 데를 가 있다 손님이었던 여자 사랑을 먼저 고백하고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첩첩산중/ 박무웅 첩첩산중 박무웅 나는 줄기차게 세상을 꿈꾸었다 살아서는 서슬 퍼런 칼날처럼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부딪히고 싶었다 몸이 부러져 녹슨 쇠 조각이 될지라도 죽어서는 묵묵한 인수봉처럼 몸과 정상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천기를 발설하고 싶었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바..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물방울/ 나석중 물방울 나석중 돌이켜보면 나도 하늘에서 온 물방울 돌계단 아래 옹색한 터를 잡고 어느 민들레 꿈적도 않고 사는 걸 보고 나의 위태한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하나의 외로운 물방울이어서 당신에게 떨어져 스미고 싶었네 내가 부엉이처럼 밤을 지새울 때 당신이 내려준 감로(甘露)는 서로 응..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밥의 힘/ 김상미 밥의 힘 김상미 악몽에 가위 눌려 식은 땀 흘리다 깨어나 밥을 먹는다. 새벽 3시. 배추김치를 쭉 찢어 밥을 먹는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새하얗다. 귀신같다. 귀신처럼 외롭다. 어두움을 틈타 창가로 몰려든 나무 그림자들이 낄낄거리며 유령 행세를 한다. 하지만 나는 밥과 함께 있다. 외로움과 두려..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굴렁쇠/ 정겸 굴렁쇠 정겸 어릴 적 아버지와 나 그리고 어머니 굴렁쇠를 굴린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꼬불꼬불 좁은 논두렁길을 요리조리 달려가며 잘도 굴렸다 어머니는 굴 바탕이 있는 바닷길을 거센 해풍 맞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목표물을 정조준하여 제시간에 도착하였다 나는 굴렁쇠를 굴리며 긴 강을..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어떻씨와 함께 하는 11월 저녁/ 정채원 어떻씨와 함께 하는 11월 저녁 정채원 너와 악수하면 석고로 만든 손가락 하나 뚝 부러져 나온다 포옹할 땐 지푸라기 어깨 부실부실 짚 먼지가 떨어져 나오고 목덜미엔 칼이 꽂혀 있다 쇳조각을 이어붙인 심장은 나의 체온에 따라 뜨거웠다 식었다 한다 멀리서 보면 너의 표정은 대체로 온화하다 잘 다..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7
밖에는 비가 오나요/ 정채원 밖에는 비가 오나요 정채원 누가 보낸 꽃일까 무슨 일로 사람들 모여든 걸까 내 영혼은 어리둥절 영안실 복도를 서성거리고 밖에는 비가 오는지 막 벌어지던 꽃망울이 떨어지고 달려가던 트럭이 미끄러지고 유리창이 화염병처럼 깨지기도 하겠지 애인에게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 받은 남자가 빈소의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7
새의 눈으로 세상이 희망을 바라보다 / 글, 김장호(시인) 현대시 명사 초대석 | 윤무부(조류학자) |≪현대시≫ 2011년 1월호에서 발췌함 새의 눈으로 세상이 희망을 바라보다 -글, 김장호(시인) …… 부전자전인가. 외아들은 어릴 때부터 새에 궁금증이 많았다. 아들이 처음 경희대 생물학과에 진학한다고 했을 때, 아내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