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황희순
청개구리 날개는 언제 사라졌을까. 사람의 꼬리는, 너를 그리워하던 내 마음은 언제 슬며시 사라진 걸까.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청개구리가 운다. 지나가는 아이가 제 어미에게 저거 무슨 새 소리야, 묻는다. 글쎄, 무슨 새지?
저렇게 우는 새가 있었나 생각하다 나도 그만 새소리로 듣는다. 손톱만한 초록색 등에 노란 날개를 그려 넣는다. 그러니 얘야, 새로 알고 자라도 괜찮단다.
태초 우린 모두 한 점에서 시작한 생물이니 뭐라 부른들 어떤가. 서로서로 이름 없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마주본 적조차 없으므로 사라진 것도 사라지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날개를 꼬리를 마음을 몸속에 사려두고 억겁을 피고 또 지면서 제 목소리로 출렁이고 있을 뿐이다.
__《우리시》 2011. 5.
출처 : 황희순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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