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탯줄을 태우며/ 김경후

검지 정숙자 2015. 8. 23. 14:14

 

 

      탯줄을 태우며

 

      김경후

 

 

  너의 기일에 너의 탯줄을 태운다

 

  그믐밤

  눈알 같은 자갈들이 있는 강가

 

  관솔불 흐느끼는 소리

  펄럭이는 불길 속

  너의 탯줄은

  덜 마른 비막처럼 강물처럼 꿈틀거리고 뒤틀린다

  이끼와 태반이 타들어가는 냄새

 

  이제 막

  태어나려는 것 같이

  타닥타닥거리는 너의 탯줄

 

  그러나 강물 위

  박쥐 떼같이

  재들만 날아오른다

 

  텅 빈 폐광 같은 내가

  텅 빈 폐광보다 텅 빈 너의 탯줄을 태운다

 

 

   *『유심』2015-2월호 <유심시단>에서

   * 김경후/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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