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을 태우며
김경후
너의 기일에 너의 탯줄을 태운다
그믐밤
눈알 같은 자갈들이 있는 강가
관솔불 흐느끼는 소리
펄럭이는 불길 속
너의 탯줄은
덜 마른 비막처럼 강물처럼 꿈틀거리고 뒤틀린다
이끼와 태반이 타들어가는 냄새
이제 막
태어나려는 것 같이
타닥타닥거리는 너의 탯줄
그러나 강물 위
박쥐 떼같이
재들만 날아오른다
텅 빈 폐광 같은 내가
텅 빈 폐광보다 텅 빈 너의 탯줄을 태운다
*『유심』2015-2월호 <유심시단>에서
* 김경후/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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