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권성훈- BEGINNING, 시여... 폭력이여... / 겨울강 : 박남철

검지 정숙자 2015. 8. 24. 16:23

 

 『시작』2015-봄호 <BEGINNING/ 시여, 폭력이여, 반폭력에서 비폭력이여>에서 발췌

 

 

    겨울강

 

    박남철

 

 

  겨울 강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 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쩡,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쩡, 쩡,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녿아 흘러 버릴 것들이

  쩡, 쩡, 쩡, 쩡, 쩡,

 

  겨울 강가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 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제

  바닥에 닿을 돌들을,

  쩡 쩡 쩡 쩡 쩡 정

                                 - 전문 -

 

  박남철, 그는 깨지지 않는 세상의 한복판에서 처절하게 저항하고 부딪쳐 왔다. 그리고 바닥에 가닿지 못하는 얼음강의 돌처럼 세상의 밑바닥을 아프게 울리며 살다 갔다. 이 시대의 봄은 겨울 강에 봄이 오듯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과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과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 버릴 것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시대의 단단한 돌이 되어 모순의, 부정의, 부조리의 얼음강을 깨고 얼어붙은 '진실의 바닥'에 일찍부터 도달하고자 했다. 그렇게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쩡' 온몸으로 세계와 타자와 맞부딪쳐 상처 입고, 상처 주며,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 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이 처한 바닥에서 더 이상 진실의 바닥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처절히 느끼면서 자신의 힘으로는 깰 수 없는 세상의 바닥을 폭력적으로 지탱해 왔다. 그러기에 "새벽에/ 소주에 칼 한 자루 씻어 비수처럼/ 우는 칼날 그 칼날 입에 물고/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을 원망하면서 단 한 번에 '은폐된 세상'을 무장 해제할 '시의 급소'를 찾아다녔던 것이다.

  박남철 시인에게 해체시는 세계의 "오오 저 또 또 보이는/ 저 급소"(「칼」)를 찌르기 위해 칼집을 나온 '언어의 양날'로서 억압된 자유 민주와 자본의 모순을 언어로써 토막 내면서 멈출 수 없는, '자아 분열적 글쓰기'를 통해 '분열된 세계에서 홀로서기'를 강행했는지 모르겠다.

 

 

  *『시작』2015-봄호 <BEGINNING/ 시여, 폭력이여, 반폭력에서 비폭력이여>에서 발췌

  * 권성훈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시, 2013년『작가셰계』로 문학평론 등단, 시집 『유씨 목공소』외 2권, 그리고『시 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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