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벽
김도이
벽은 틈새를 키우고 있다
나는 대못으로 상처를 메우려 했지만 애인은 자꾸
벌어지며 슬픔만 박았다 습기 진 벽은 웅크린 못을
쿵쿵 뱉어냈고, 벽지는 부풀며 세상 밖으로 조금씩
자라났다
가끔씩 벽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둥이 아니라 틈
이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어떤 공간은 답을 모
른 채 마른다는 거였다 산 채로 매장당한 사랑이
벽을 허물고 나와 인터뷰하는 낙서, 달라붙은 광
고물, 올라가는 담쟁이덩굴, 기웃기웃 외출을 금지
당한 미래
내가 곪는 것을 들킬 때마다 벽은 귀를 당겨 속삭
인다 무너져 내린 것도 다시 세우려 하지 마라 앞으
로 나아가
되돌아보지 않아도 자라나는 애인의 벽들이 늘어만
갔다
*『유심』2015-5월호 <유심시단>에서
* 김도이/ 2014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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