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국지성 편서풍/ 정다인

검지 정숙자 2015. 9. 4. 22:04

 

 

      국지성 편서풍

 

       정다인

 

 

  바람이 부는 날은 음악에도 재가 날렸다 너는 바람의 반대 방향에서 태어났다

너의 몸에서 빠져나온 박자는 종일 너를 흔들었다 역풍은 너의 머리칼과 옷자락

과 부드러운 털 속으로 파고들었다 언젠가 그것들을 잃게 되겠지만 너의 몸은 

커다란 징처럼 울었다 경련은 용기였고, 무표정은 네가 펼친 백지였다 모래 범

벅인 바람의 억양이 닿는 곳마다 시야가 사라졌다 깜깜, 그건 니 안에서만 생기

는 정전, 너는 최초의 손짓 발짓으로 허우적거리며 옹알이를 껌처럼 씹었다

 

  서쪽은 고양이가 돋아나는 곳, 바람을 찢고 그토록 아름다운 두개골이 생겨났

다 울음에도 기압골이 있는 걸까, 고양이의 울음이 너의 가슴 속에 비를 몰고 왔

다 너는 낯선 네온사인 아래서 자주 넘쳐흘렀다 짐승과 짐승이 만나서 따뜻한

폭우가 쏟아졌고 세상이 자꾸 서쪽으로 비스듬해졌다 바람이 너의 머리칼과 옷

자락과 부드러운 털을 함부로 건드렸다 너는 음악 속에서 쏟아져 나온 희뿌연

재를 뒤집어쓰고 우는 듯 웃는 듯 너의 서쪽을 한 번 쓰다듬었다 

 

 

   *『시로여는세상』2015-가을호 <신작시>에서

   *  정다인/ 2015년『시사사』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