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변이
강서완
쓰나미의 위력은
속도와 거리의 전복
독사가 치솟는 순간 하늘에 독이 퍼졌다
주홍빛 파도가 하늘을 휘돈다
잎아, 밤새 등뼈를 키우는 이파리들아, 고난의 텍스트를 풀던 바람아
무엇이 심장을 덮쳤는가
해변에 널린 햇빛이 기억을 발굴하고 있다
흰 새가 날지 않는다
방파제가 흘러내린다
간신히 깔리는 노을
늙은 피가 하얘진다
식은 심장이 낮아진다
게다가 서풍이 불어오면 끔찍한 일, 나비가 사라지면 두려운 일
더한 것은 발목을 스쳐간 뱀조차 그리운 일
남은 빛마저 뼈를 이탈한다
회오리치는 어둠!
빨려 들어간다 허공이 입을 벌린다
*『시와표현』2015-가을호 <신작시 광장>에서
* 강서완/ 2008년『애지』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