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발견의 기술/ 김창희

검지 정숙자 2015. 9. 4. 16:46

 

 

    발견의 기술

 

    김창희

 

 

 

  지도에는 없는 골목

 

  골목은 사소한 위치에서 나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걷다보면 불쑥 나타나는 막다른 골목들이 생겨났다

 

  출구가 없는 골목은 금세 수수께끼 거리가 되었다

 

  날마다 늘어나는 나 아닌 나와 나인 나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골목에 갇혀서 울었다

 

  그대의 얼굴도 까마득한 전생이 되고만

 

  더 이상 길이라 불릴 수 없는 저녁을 맞이하고

 

  수많은 갈래 길에 점점 낯설어진 나는

  복제되지 않는 골목의 끝을 꿈꾸기 시작했다

 

  망망한 동해의 물빛 쉼표로 찍힌

 

  지도에도 없는 금구도,

 

  그를 보고 온 날

 

  내 마음 속 수많은 골목들이 사라졌다

 

 

  *『문학과 창작』2015-가을호 <중견시인 신작시 특집>에서

  *  김창희/ 1999년『시대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