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 이주송 물이 빠져나가자 바위가 알몸을 드러낸다 여러 갈래의 골목 흡착과 집착이 지나간 자리마다 물비린내를 갉아 먹고 사는 패각류들 다닥다닥 달라붙어서 호구수 많은 마을 하나 이루고 있다 한 천년은 거주했을 것만 같다 밀착, 또 밀착 일용할 양식의 넓이는 겨우 오 센티 구역을 나누지 않고도 다툼을 모르는 방식이다 빈부 격차마저 없다 물때가 오손도손 포자를 키운다 하루에 두 번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성장통이나 위기도 있다 새들이 쪼아 먹을 때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면 온몸으로 변주했던 날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언젠가는 몸이 집이 되어 게들의 한때가 되었다가 나중엔 아주 나중엔 흰모래가 될 것이다 달라붙어도 좋고 떨어져 있어도 좋을 밟으면 이내 바서질 소인국의 낮은 집들 더부살이 소용돌이 한 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