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그리다 1 문영하 아버지는 새해 첫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75세, 2002년의 화두; '올해는 버리는 해' "기쁨도 슬픔도 다 버리고 영원으로 가는 길을 응시한다" 아버지, 서울로 향한다는 연락이다. 한사코 큰 병원을 거절하시더니 이제 때가 되어 자식 곁에서 문을 닫겠다고 결심한 모양. "일흔다섯이 넘으면 여럿에게 폐를 끼친다." 늘 말씀하시더니 일흔다섯 5월, 영면에 드셨다 마당에 있던 매화가 가지를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전등불을 켜 놓고 책상 앞에서 꽃 피우기에 골똘하셨다. 새벽 내내 꽃의 향기를 모으던 아버지 다정한 꽃으로 원고지에 촘촘히 앉으시더니 내 몸 어딘가 숨었다가 해마다 봄이면 환한 꽃으로 건너오신다 -전문(p.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