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2월이 오면/ 김미형

검지 정숙자 2024. 5. 4. 01:23

 

    2월이 오면

 

     김미형

 

 

  소소리바람이 지나간다

  나무 밑동을 보듬었던 마른 잎들이 그제야 떠난다

  박새가 구슬 목소리로 쭈뼛거리는 봄을 부른다

  금빛 히어리꽃 타래가 계곡 문을 열면

  숲길도 말랑말랑 아는 체한다

  강가 수양버들 줄기에 연둣빛이 어룽거리고

  퍼렇던 강물도 연하늘색으로 엷게 웃는다

  산수유나무에는 직박구리들이 찾아와

  안부를 주고받느라 시끄럽다

  오래된 집 꽃밭에도

  봄 햇살이 시나브로 드나들 즈음

  가장 먼저 봄 등 밝히는 수선화

  움츠렸던 엄마의 어깨도 노랗게 웃는다

 

  입춘이 흘러가면

  겨우내 따뜻했던 우물물이

  다시 차가워진다

     -전문(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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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봄(93)호 <신작시 1> 에서

 * 김미형/ 경남 남해 출생, 2003년 월간 『신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내 안에 있는 너』『인연이 흐르는 강』『바라나시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