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은 없다 원탁희 고구마가 주식이었던 내 유년의 겨울은 참 길었다 눈도 많이 내렸으며 처마 밑 고드름은 땅까지 길게 늘어졌다 먹을 것이 풍부한 지금은 겨울이 하루처럼 지나간다 눈도 내렸다 금방 녹아내리고 처마 밑 고드름은 보이지 않는다 해진 옷과 구멍 난 양말을 꿰매어 신고 눈 내린 조그만 골목길을 검정 고무신으로 내달리던 날들도 호호 언 손을 입에 불다가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기도 하고 처마 밑 고드름 뚝 따내어 입에 넣고 쪽쪽 빨기도 했던 그날들은 이제 없다 그 찬란했던 겨울은 겨울은 겨울답고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는데 이제 그 겨울도 없고 사람다운 사람도 이제는 떠나고 없다 서산에 긴 그림자만 장승 되어 서 있을 뿐이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