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마도, 아마도/ 김금용

검지 정숙자 2024. 5. 4. 01:48

 

    아마도, 아마도

 

     김금용

 

 

  가본 적도 없는 들은 적도 없는

  아마도, 아마도 중얼거리다

  꿈길 끝에 열린 아마도엔

  물결 따라 넘실거리는

  꽃나무 하나 눈부시게 서있네

 

  도망치지 않고 진솔한 마음 따라가다 보면

  열일곱 살 볼 붉은 소년이

  늙지도 아프지도 않은 풋풋한 모습으로 반기네

 

  마다가카르 바다에서부터 밀려든 해풍이

  넘실거리는 파도에 꽃나무를 박은 것인지

  꽃나무 때문에 아마도 섬이 된 것인지

  자카란다 꽃잎들이 내 손바닥에 어깨에 내려앉네

 

  허리케인이 섬을 뒤집어 놓은 뒤에도

  해초랑 멍게랑 다랑어가 꼬리에 물이랑을 띄우며

  나뭇가지마다 둥글게 꽃을 피워올리는 생각 밖의 섬

 

  꽃잠에 취한 딱새가 콩새가 물까치가

  짝을 찾아 날아오르는

  꿈길 밖 아마도를

  나도 찾아갈 순 있는 건지

  흰구름 너머 어린 소년에게

  조심스레 말 걸어보다 깨네

 

  트렁크 하나 구석에 서있네

    -전문(p. 41-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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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봄(93)호 <신작시 > 에서

 * 김금용/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물의 시간이 온다』『각을 끌어안다』, 중국어 번역시집『나의 시에게』외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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